에세이

냉혹(冷酷)

덕 산 2019. 3. 14. 09:23

 

 

 

 

 

 

 

 

한은예(jas***) 2019-03-09 06:40:43

 

이끌리는 것만큼 완전한 굴복이 어디 있겠소.

이끌림은 나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비밀이라오.

신비로움은 더 이상 없소.

 

그저 다가가는 것.

그저 다가가지는 것.

그것이 전부라오.

 

그것은 굴복이 아니라오.

그것은 복종이라오.

나 아닌 나에게 복종.

그와 같은 나에게 복종.

나와 같은 그에게 복종하는 것이라오.

 

이끌림은 자유가 아니지만, 복종은 자유라오.

복종이 자유란 것을 그는 말했소.

자유가 복종이란 것을 나는 말했소.

 

우리의 입맞춤은 이렇게 시작한다오.

비밀은 없소.

그저 신비를 드리울 뿐이라오.

 

저마다 송장 하나씩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

살아있음을 죽음에서 느끼려나.

살아 몸부림치는 것이 그저, 귀신(貴紳)접신.

 

어느 집 베란다 확장에 아파트 몇 동이 신음을 토한다.

가깝게 지내려 담을 튼다.

좀 더 살갑게 지내려 벽을 지운다.

 

 

 

 

 

 

 

그들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

그들의 삶이 확장되는 동안, 내 삶이 잘려나간다.

이 신음으로 그들이 행복해지기를 기도하는 것은. 모르리라.

 

서로는 완충지대를 가지고 싶어 한다.

숲 사이에 난 길은 숲을 가르기 위함이 아니다.

보호되기 위해 내어주는 아량인 것을.

직접 닿기에 유쾌가 있고,

직접 닿기에 불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가까이 옴이 왜 싫으랴.

그러면서도 거리유지가 필요한 것은 서로의 존중이다.

격이 아닌 존중이 되려면, 우리는 껍질을 벗어야 한다.

 

그러나 그 껍질 벗음이 자리를 넓히고,

공간을 넓혀 내 자유로움을 확장시키려는 욕망은,

! 살갗에 붙을 찬 얼음, 뜨거운 태양, 외부의 고통에서

나를 감싸줄 따뜻한 내복과 같은 부드러움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너는 무엇이니

너저분한 낭만으로 시류도 말하지 못하고,

사랑 또한 끈적이는 질퍽함도 없이 모래처럼 흩어지는 건조함으로

보여지는, 말 못하는 허수아비도 아니고,

 

맥없이 자리 지키다 사라지는 존재 없는 먼지.

서리품은 바람 같은 날카로움도,

폭풍처럼 거셈도,

눈보라처럼 사나움도 아닌,

돌풍으로 뭇매 맞는 고통도 아니 느끼려.

 

봄날 흩어지는 꽃으로,

열매 맺으려 뜨거운 태양 품을 초록으로 거듭나야

독이든 약이든 만들어 질 진데.

독이야 쓸 일 없겠어. 약이야 쓸 일 없겠어.

그 무엇도 얻음 없음이 쓸 일 없지.

 

 

 

 

 

 

나를 파리를 싫어한다.

그건 파리가 나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

나는 파리를 파리채 아래에 눕혔다.

내가 허락할 수 없는 자리에 앉았기 때문이다.

 

나는 파리가 밖에서 저 할 일을 하는 것에

관여하지 않거니와 방해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에 함부로

그 더러운 발을 들여 놓는 것은

용서할 수 있는 인내심을 바닥나게 한다.

 

그대 무덤에 지고 가시지요

해 놓고 안 먹는 음식이나,

만들어 놓고 안 쓰는 그릇이나,

이론으로 무장한 감동 없는 글이나,

보이기 위한 음식. 그릇. 지식.

버려지는 음식. 쓸모없는 그릇. 공허한 소리.

잘 팔리는 음식. 잘 팔리는 장식. 잘 팔리는 지식.

 

돈을 위하여.

신뢰, 신봉, . . .

그는 진리의 권좌에 오름을

스스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역으로 표현했다.

 

감히 말하건대 추사 김정희는 진리의 권좌에 오름에 겸손해했다.

말로써 드러낼 것은 없다.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이 있어도 쓸 줄 모르니,

보이는 것이 말하는 것임을, 순간을 영원으로부터 가져온다.

 

즉각은 바닥없는 끝에서 우러나오니,

그 보임은 순간으로 영원을 담아낸다.

말없어도 아는 이는 알리

말하지 않음이 가늠할 수 없는 깊이의 드러냄을.

 

사람들은 행복을 바라기만 할 뿐,

행복을 맞이하기 위한 어떠한 준비도 갖지 않는다.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우울만이 간절한 소망실현이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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