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라고 한복을 차려 입고 멋진 모습으로 딸내미 내외와 외 손주 녀석들이 왔다.
그믐 날 시댁에서 음식 만들고 시댁어른들과 같이 시간 보내고
오전에 성묘하고 오후 늦으막한 시간에 왔다.
집사람은 손주들이 먹을 만한 음식을 준비하느라 며 칠 전부터 바쁘게 움직였고
녀석들이 도착하자마자 재롱을 피우니 집안에 웃음이 가득하다.
금년에 4살이 된 손주는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 넷이라고 세며 이제 4살이라고 자랑한다.
어린이 집을 다녀서 그런지 언어구사 능력이 예전 아이들 보다 월등하다.
자기의 생각이나 기억나는 일 등을 조리 있게 또박또박 표현한다. 손주의 언행에서
“요즘 아이들 지능이 우리 아이들 자랄 때 보다 2년 정도 앞선다”라고 말하던 친구의 말이 떠오르곤 한다.
녀석은 우리가족과 딸내미 가족과의 윷놀이에도 한 몫을 한다. 윷을 던져 도인지 걸인지
아직 모르지만 어울려 즐기는데 만족해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어린이
집에서 배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며 모두 일어나 같이하라고 하니... 귀엽지만 따라 하기가 쉽지 않다.
녀석이 외가집에 오면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서랍장이다. 낮으막한 높이에 마치
TV에 나오는 무대와 같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앞엔 관객이 있으니 대 만족이다.
노래 부르며 춤 동작하는 모습이 딸내미 어릴적 경쾌한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애미를 닮아 음악에 소질이 있는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지 돼지저금통을 거꾸로 흔들어 동전을 쏟아서 100원짜리가 나오자
손에 쥐고 아이스크림 사러 마트에 가자고 할머니에게 말한다. 마트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 문을 열고 콘 몇 개 꺼내고 과자 서너 봉지를 집어 할머니에게 건네주어
봉투에 담고 있는데 손주녀석은 계산대로 달려가 100원짜리 동전을 직원에게 주며
만족해하는 표정으로 웃고 있더란다. 마트 직원은 직감하고 웃음으로 응대해주고
집사람은 카드로 계산하고 집으로 왔는데 녀석은 100원짜리 동전으로
콘과 과자가격을 다 지불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집에 도착해서 할아버지도 마트에 갔으면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주는데 같이 가지 않아
맛있는 것 사지 않았다고 능청스럽게 말해서 한동안 웃음바다가 되었다.
한복에 매달린 복주머니 속 지폐는 녀석에겐 돈이 아니다.
아직 돈의 가치를 모르는 녀석에겐 100원짜리 동전이면 모든 물건 값이 해결되는 줄 알고 있다.
100원짜리 동전의 가치가 세상에서 제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손주 녀석에게 지금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저녁 무렵 집에 돌아간다고 딸내미와 사위가 가방에 옷가지를 넣고 있는데
갑자기 손주녀석이 서랍장 위에 있는 저금통을 들고 번개 같이 달려가
아빠 가방에 던지다시피 저금통을 넣는다. 사위가 녀석의 돌출행동에 말을 못하고
나와 집사람이 큰소리로 웃자 녀석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본다.
“그래 가져가거라 아이스크림 사먹으려면 가져가야지”라고 말하자 녀석이 환하게 웃는다.
세상을 모르는 녀석의 순수한 웃음과 행동으로 이틀간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금년 내내 녀석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 차창 밖으로 고사리 손을 흔드는 녀석을 보며
마음속으로 딸내미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 주었다.
- 2016. 02. 10. -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비 내리는 날에... (0) | 2016.03.06 |
---|---|
신뢰와 불신 (0) | 2016.03.03 |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주말 (0) | 2016.01.23 |
한 해의 끝자락에서... (0) | 2015.12.30 |
레이트론 신사옥 신축 준공식 (0) | 2015.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