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벌초하던 날

덕 산 2015. 7. 26. 17:06

 

 

 

 

 

 

 

부모님 산소 벌초하고 2주 동안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계셨던 장모님도 뵙고

뇌경색 초기증상으로 약을 복용하시는 큰 처남 건강도 궁금해서 겸사겸사 고향에 다녀왔다.

충청지역은 비가 오지 않는다는 예보여서 새벽 일찍 서둘러 출발했다.

주말이고 휴가철이라 고속도로에 차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차량이 적다.

흐린 날씨에 행여 비가 내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나들이 하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장모님 그리고 처남내외분께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장모님은 식사를 조금밖에 드시지 못해서 그런지 많이 야위셨다.

처남은 건강해보여 좀 마음이 놓였다. 예초기를 차량에 싣고 벌초하러 가려고 준비하는데

예초기 시동를 걸어보라고 처남이 말한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으니 확인하라고 말한다.

시동을 걸어보니 처남이 말 한대로 시동이 걸리지 않아 읍내에 농기계 수리점에서

휠타을 교체하니 시동이 잘 걸린다. 수리비는 15,000원 단시간에 수리해줘서 다행이다.

 

부모님 산소가 있는 고향 마을로 향했다.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비가 내린다.

그래도 오랫만에 마음먹고 벌초하러왔는데 불편하지만 작업할 수밖에 없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 십이삼 년 동안 매 년 3차례 씩 벌초했는데 금년엔 이번이 처음이다.

 

 

 

 

 

 

 

 

추석이 9월 하순이라 9월 달에 한 번 더 벌초해야 하지만

요즘은 예초기로 벌초를 해서 조상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년 중 벌초를 몇 차례 씩 해서 말끔하게 단장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예초기로 벌초하는데 두 세 시간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늦게 벌초해서 산소에 온갖 풀들이 무성한 것은 괜한 핑계이고,

수 많은 날 중 하루만 시간을 만들면 되는데....

마음 같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부모님께 자주 찿아 뵙지 못한 불효에 용서를 빌며....

부모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벌초작업을 마무리했다.

작업하며 비석 받침석과 상석위에 흩 뿌려진 풀은 타올로 깨끗이 치웠다. 

오랫만에 깔끔해진 산소가 보기 좋다.

이제 누가 보아도 자손이 있는 산소 같이 보일게다.

 

고향마을엔 젊은이들이 도회지로 나가고 연세드신분들이 거주하시는데

오가는 동안 어르신 한분도 만나지 못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벌초하고 돌아오는 길이

땀 흘리며 일하는 시간 보다 마음이 더 무겁다.

 

 

 

 

 

 

 

 

땀으로 범벅되어 처가에 도착하니

큰동서와 둘째동서 내외분이 우리가 내려왔다는 소릴 듣고 오셨다.

장모님께서 식사를 잘 못하신다고 강 건너 군산에 가서 점심식사하자고 한다.

오랜만에 가 본 군산은 예전 구시가지가 이삼십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재래시장 주변에 위치한 식당은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손님이 제법 부쩍였다.

장모님을 위한 식사자리였지만 식사를 거의 드시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고향에 가면 고속도로가 정체되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14시 이전에 출발했다.

동서내외분들과 장모님 처남내외분과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다 보니....

16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귀경을 서두르자 처형이 담아 온 열무김치, 물김치, 깻잎김치와

장모님이 주신 옥수수 등 정이 가득담긴 물건을 많이 주셔서 감사하다.

마음만 주시는게 아니라 더위에 움직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우릴위해 정성껏 만들어 주신 깊은 정에 더 고맙고 감사하다.

 

귀경 길... 새벽에 수월하던 고속도로는 귀경길도 수월하다

시골 갔다 오는 길이 이렇게 수월하기는 참으로 오랫만이다.

부모님 산소 벌초를 마치고 처가에서 장모님 처남내외분 두 분 동서내외분들과

정담을 나눈 하루가 생에 소중한 하루가 되었다.

 

- 2015. 07. 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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