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추석이야기

덕 산 2015. 9. 29. 21:40

 

 

 

 

 

 

 

 

 

추석연휴가 시작되었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집사람은 이런저런 음식준비에 무척 바쁘다.

몇 시간 곁에서 보조해주느라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

 

오후 두시 지나 산에 가고 싶어 카메라만 들고 집을 나섰다.

조석으론 가을이 완연하지만 한 낮 기온은 한여름 같은 날씨다.

청명한 하늘 고추잠자리가 머리 위를 맴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갈대와 억새꽃은 아직 다 피지 않고 반쯤 피어있다.

보름 후에나 활짝 핀 꽃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산행하고 하산하는 사람들 가족끼리 수변도로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수변도로 따라 걸어가며 반대편 농가 주변에 피어있는

가을풍경을 담으며 오랜만에 가을을 즐기고 있다.

해바라기, 돼지감자, 제비콩, 물봉선, 고마리 등...

사진찍을 대상물이 어느 때 보다 많다.

 

가을은 역시 결실의 계절이라 나무나 농작물에 매달린 열매들을 보면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은행, 꽃사과, 감, 수세미, 아주까리...

이젠 우리기후에 토착된 키위까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니 땀이 무척 흐른다.

타올을 준비했지만 거의 젖어버린 상태...

등나무 아래 나무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데

음료수 파는 이동가판대가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음료 한 캔이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다.

물병을 준비해서 나와야 하는데 초가을 날씨를 얕보고 사서 고생한다.

 

어린 시절 추석을 잠시 그려본다.

어머니께서 만드신 송편 중에 나는 깨 송편을 제일 좋아했다.

지금 떡집에서 만든 기계 송편 맛은 모두 한결 같다.

어머니 손으로 빚은 송편 맛을 찿아 보기 어렵다.

 

추석에는 다른 지역도 비슷하겠지만, 고을 잔치가 열렸다.

마을 가장자리에 작으마한 솔밭이 있었다.

작은 돌맹이가 꽤 많았던 곳에서 추석 씨름대회가 열리곤했다.

횟불과 달빛 아래에서 진행되는 씨름대회는 마을 주민 모두가 참석하는

마을의 큰 잔치이자 행사였다.

땀을 식히는 십 여분 동안 50여년전 아련한 추억을 모두 끄집어내고 있다.

 

추석 날... 고속도로 정체되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04시10분 형님댁으로 차례지내기 위해 출발했다.

예년 보다 30분 정도 빠르게 출발해서 다행히 고속도로가 정체되지 않고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형님 내외분과 조카들과 인사 나누고 귀경 길

정체되는 것을 아시고 차례상 준비를 미리 서둘러 마련해주신다.

 

아침식사와 더불어 잠시 살아가는 얘기 나누고 서둘러 출발했다.

더 오래 머무르며 이런저런 많은 대화를 나눠야하지만 출발이 늦으면

도로가 정체되어 많은 시간을 고생하니...

이런 상황을 아시고 이해하여 주시니 감사하다.

귀경 고속도로는 두 서너 곳에서 정체가 있었지만 나름 수월하게 귀경했다.

 

 

 

 

 

 

추석 날 만월의 보름달을 볼 수 있는 것도 행복이다.

19시경 멀리 아파트 위로 휘영청 보름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까이 보고 싶어 옥상에서 바라보니 전설의 계수나무도 검으스레 보인다.

마음속으로 가족의 안위를 빌어본다.

 

연휴 셋째 날...

생선을 조리하고 추석에 마련한 음식들을 여러 개

용기에 나눠담고 있다. 둘째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딸내미네를

방문하기로 선약되어 손주 보고 싶은 마음에 집사람은 이른 시간부터 분주하다

 

도심 거리는 한가롭다. 딸내미 내외와 손주가 가져간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니 집사람은 만족하는 표정이다.

세살박이 큰 손주 재롱에 몇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연휴 마지막...

유리 같은 파란하늘에 옅은 구름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비춰지는 모든 수목들이

하늘에 축복을 받은 듯 아름답다.

풍경에 흠뻑빠져 산사 가는 오솔길을 걸으며 갑자기 윤동주님의 서시가 떠오른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가을 하늘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만들고 있다.

 

조용한 산사...

경건한 마음과 주변 건물들이 엄숙하게 느껴진다.

가족의 건강과 원만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였다.

부질없는 탐욕과 부도덕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정도의 길이 무척 힘들 일이지만 이를 실천함이 더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

그 삶이 한가위 보름달과 같이 모나지 않고 둥근 삶이길 기원한다.

 

- 2015 .09.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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