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청보리

덕 산 2014. 5. 18. 11:41

 

 

 

 

 

청보리

        - 淸草배창호 -

 

 

하늘 치솟은 머리

꼿꼿한 누굴 빼닮아,

초록의 얼굴엔 눈이 부신데

아이야!

내리쬐는 햇살에도 도무지 겁이 없어라

똑 부러진 성깔이 어딜 가겠느냐마는

하늘 겨눈 도도한 짓거리가

비취처럼 단아하고 반석 같아서

 

정가롭다 하기엔 안쓰럽기만 한데도

게의 치 아니한 사념들이

지난 날, 지지리도 가난했던

보릿고개,

네 허물도 아니련만

배 곪음에 질겅질겅 씹어 먹던

겹겹이 두른 하얀 속적삼

노란 꽃술이 파르르 저미는

 

찔레꽃 애환을 보니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아이야!

오뉴월 하루 볕이 무섭긴 무섭다

연두저고리 다홍치마인들 어쩌랴

가고 옴도 다 시절 인연이라서

널 거두어 간다 해도 서러운 건 아니다

네 빈자리

이랑마다 감자 꽃만 흐드러질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