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
- 淸草배창호 -
하늘 치솟은 머리
꼿꼿한 누굴 빼닮아,
초록의 얼굴엔 눈이 부신데
아이야!
내리쬐는 햇살에도 도무지 겁이 없어라
똑 부러진 성깔이 어딜 가겠느냐마는
하늘 겨눈 도도한 짓거리가
비취처럼 단아하고 반석 같아서
정가롭다 하기엔 안쓰럽기만 한데도
게의 치 아니한 사념들이
지난 날, 지지리도 가난했던
보릿고개,
네 허물도 아니련만
배 곪음에 질겅질겅 씹어 먹던
겹겹이 두른 하얀 속적삼
노란 꽃술이 파르르 저미는
찔레꽃 애환을 보니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아이야!
오뉴월 하루 볕이 무섭긴 무섭다
연두저고리 다홍치마인들 어쩌랴
가고 옴도 다 시절 인연이라서
널 거두어 간다 해도 서러운 건 아니다
네 빈자리
이랑마다 감자 꽃만 흐드러질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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