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바람이 물소리 불러 / 淸草 배창호

덕 산 2014. 4. 26. 18:18

 

 

 

 

 

 

동장군의 서슬 퍼런 위세가 가당찮아

야멸차게 연일 얼려대고

콕콕 찔러댄 앙칼진 성질머리에

밤새 날 선 얼음장 아래서도 때 되니

옹알거리는 겨울만의 운치가 송송하다

 

남풍이 오려면 아직도 감감한데

때 이른 설램같은 입에 발린 엉뚱한 짓거리가

양달 가에 솔가비 뒤엉킨 너덜너덜한 황톳길처럼

얼었다 녹았다 산등성 애간장을 태운다

하시라도 불 테면 불어라

 

 

 

 

 

얼마 남지 않은 이별을 예감할 수 있다면

살을 애는 골바람인들 뼛속까지 시리다 해도

다가올 훈훈한 봄바람을 맞이하라면야

기꺼이 당차지고 싶은데

세상일에 얽매이지 않는 바람이 일다 보면

 

이내 풀물이 들 테고

물소리에 선잠 깬 갯버들

속 정 깊은 내 임을 닮았다면야

쉬엄쉬엄해도

함초롱히 보조개 핀 봄을 맞을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