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생일이다.
딸냄이가 가져온 케익을 식탁에 놓고 촛불을 켜는데...
아~~~ 도대체 몇 개인가?
강산이 여러회 변해서 내 나이지만....
꼽는 초도 많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세월속에서 삶을 보람있게 살았는지?
나 자신에게 반문하고 싶다.
마나님은 미역국을 끓이고 반찬도 많이 준비했다.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감사하다.
딸냄이는 T셔츠를 아들 녀석은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는지...
봉투를 건넨다.
ㅎㅎ 이젠 선물보다 돈이 더 좋다.
팔푼이 처럼 기분좋게 시작한 아침이다.
생일이면 잊지않고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선물도 좋고, 케익도 좋지마는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생일이면 꼭 만들어 주신 빵을 잊지못한다.
이맘때면 밀 탈곡을 마치고 건조도 제대로 못한 바쁜 시기였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생일에 필요한 빵재료인 밀가루를 만들기 위해
밀을 씻어 멍석에 말린 후 머리에 이고,
방아간에서 밀가루를 만들어 오셨다.
요즘 한창 수확하는 강낭콩을 넣고 이스트나 막걸리로
숙성시키어 가마솥 바닥에 장작을 펴고 밀짚을 곱게 펴놓고
마포보자기를 깔고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을 쏟아부어 놓고
불을 지피면 누런색을 띤 빵이 강낭콩색과 어우러져
먹음직스러워 침이 꿀꺽꿀꺽 절로 나왔다.
그 시절 간식거리라곤 자주색 감자를 껍질벗겨 소금과 사카린을
넣고 찌는 것 외엔 이렇다 할 먹거리가 없었다.
과일은 살구가 있었으나, 우리집엔 살구나무가 없어
옆집 친구네 살구나무에서 떨어지는 것 주어 먹는게 전부였다.
어머니는 여러자식 생일을 이렇게 빠트리시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주셨다.
내 생일이나 가족 생일을 맞을 때 꼭 어머니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그런 어머니 사랑을 다 갚지 못했으니....
생일날엔 가슴 한켠에 어머니에 대한 못다한 사랑으로 마음이 편치않다.
나이 들어가며 아이들은 지금까지 키워주신 부모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선물로 답하지만....
어머니께서 나에게 주신 빵보다 못하고,
또한 내가 아이들 생일에 준비하는 선물역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빵만 못하다.
그것은 가슴에서 우러나는 사랑이 아니라 물질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회사 재직시엔 넥타이를 받으면 기분이 무척 좋더니...
이젠 돈이 더 좋아 버렸다. 한심하다.
이제... 강산이 수 없이 지나버린 지금....
큰 욕심은 없고... 집사람과 아이들이 건강하고....
아이들은 좋은 배필 만나서 결혼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 2010. 7.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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