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50년 전 극지성 비가 내리던 날

덕 산 2012. 7. 1. 16:13

 

 

 

 

 

오늘같이 이렇게 극지성 비가 내리는 날엔

50년 가까이 잊혀지지 않고 떠오르는 일이 있다.


보리타작과 천수답 모내기를 끝 마친 시기....

옆 마을 어르신 한분이 작고하셨다.

아버지께서 조문가셨는데....

굵은 비가 끊임없이 퍼붓고 있다.


물기만 있던 개울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불어나

무릎 위 높이로 무섭게 급류로 흐르고 있었다.

여러 자식 뒷 바라지하시며 어머니는 아버지께

하나에서 열까지 매사 잘 해드렸다.  


아버지 모시고 오라는 어머님 말씀에

아버지께서 사용하실 우산 1개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천둥과 비바람.... 초저녁 시간이라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산을 넘고 개울을 건너가는데... 두려움이 생긴다.


상가집에 도착하여 아버지를 뵈니 집에 오실 것을 염려해서인지

그렇게 좋아하시던 술을 별로 드시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시고 반가워하신다.


아버지는 동리어른 한분이 더 계시다며....

상가 댁 이곳저곳을 살피시고 그 어른께 같이 가자고 말씀하셨다.

이 어른은 술이 너무 과하셔서 무슨 말씀을 나에게 하시는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아버지께서 권하시고 내가 같이 가시자 청해도

동행하지 않겠다고 손을 흔드신다. 

아버지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했는데... 지속적으로 비가 내려...

그 어른이 염려되어 어른댁을 찿아 가

자초지정을 말씀드렸다.

부인께서 나이어린 아이들과 내가 전해드리는 얘기만

조용히 들으시고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집에 와서 잠 들때까지 그 어른이 염려된다.


다음 날....

어머니와 백모님 이웃 어른들께서 무슨 말씀하시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그 어른께서 급류에 떠내려가다 나무에 시신이 걸려있어

동리 어른들이 집으로 모시고 왔다고 한다.

이 어른 사망으로 동리가 야단법석이다.

평소 근면, 성실하시던 분이었는데...

마을 주민 모두가 애통해한다.


내가 할 도리는 다 했지만...

50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에

상가에서 그 어른을 모시고 오지 못해서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는 날엔....

잊혀지지 않고 그날 일들이 떠오른다.

 

그어른 자녀가 서너명은 되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버지 없이 유년시절을 어렵게 보냈으리라 생각되어 마음아프다.

 

이젠 그 어른 자식들도 아마...

내 모습처럼 늙어가고 있겠지......

 

- 2010. 7.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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