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옅은 안개 속 도로를 주행하는데....
오산시 입구 사거리에 다 익은 보리가
비를 맞고 무게를 견디지 못해 쓰러져 있다.
시민들에게 로터리에 보리를 심어
중 장년층의 향수를 떠올리도록 배려해서 심은 작물인지 알 수 없으나,
보리라는 작물은 향수, 보릿고개 등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요즘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날엔 베어논 보릿단에서
새싹이 돋아나.... 상품가치도 없어질뿐더러
식용으로 이용하기도 부적절하다.
붉은색 곰팡이까지 생겨.... 심할경우 타작도 포기해야한다.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춰지면 아버지께선
자식들에게 낫 한자루씩 쥐어주시며 보릿단을 뒤집으라고하셨다.
밭이 많고 천수답이 많았던 집엔 보리를 심은 면적이 상당이 많았다.
탈곡을 마치고 상품가치가 적은 보리를 어머니께서 멍석에 펴고
손과 발로 문지르시던 생각이 떠오른다.
비 맞은 보리는 탈색되어 정부에서 수매도 받아주질 않는다.
비가 많이내리면 천수답에 물을 대어 모내기도 해야되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면 보리도 건조해야 되고
부모님은 그날그날 일기상황에 따라 농사일에 항상 바쁘게 생활하셨다.
지금이야 보리재배 면적도 적고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 구경도
남녘에나 가야 볼 수 있지만......
그 시절엔 손바닥만한 밭에도 모두 보리를 심었다.
고향엔 요즘 모내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겠지.....
예전엔 하지무렵에도 한창이었는데.....
비가 내리지 않으면 천수답엔 7월에 호미모라하여
호미로 흙을파고 주전자에 물을 한모금 뿌리고 모를 심었다.
호미자루에 약한 손바닥이 벗겨져 피가흐르면
어머니께선 광목치마폭을 찢어 묶어 주시던 생각에 눈물이난다.
이렇게 심은 벼는 곧 비가내리면 좀 수확이 떨어지더라도
조금은 수확할 수 있으나,
가믐이 지속되면 쟁기로 갈아버리고 메밀을 심었었다.
식량거리를 조금이라도 건지려는 간절한 농심이다.
오늘 비가내려 예전 어릴적 일들이 떠 올라
농부의 아들이라 어릴적 고단했던 시절을 회상해본다.
- 2010. 6.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