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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풍속도 / 淸草 배창호

덕 산 2013. 12. 16. 14:57

 

 

 

 

 

세상풍속도 

          - 淸草 배창호 -



세찬 비,

바람 몰아쳐

광풍狂風의 회오리처럼

노도와 같은 해일海溢이 일어

빛살처럼 옮아가는 반세기 동안

세상이 익어가며 성숙하였는데

눈에 보이는 건

풍요 속에 빈곤인가,

 

 

 

 

 


보릿고개,

엊그제였었는데 많이도 변해버린 이 산하山河,

앞만 보며 달려온 분별의 상실이

일상이 되어 바닥에 마구 버려져 뒹구는

세상의 한 단면들을 줍는다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 하지만

믿음을 잃어버린 불감증에 편승해

눈발처럼 흩날리는 회한과

불꽃처럼 일렁이는 번민이

버젓이 줄서고 있으니

 

 

 

 

 


상풍한설霜楓寒雪 같은 각박한 세상인심이

고드름처럼 날을 세우고

이기적인 사고에 잘 길들여진 아집이

흐린 물로 곳곳에 고여 있으니

말해 무엇하리,

양육강식의 본능으로 회귀回歸 하였는지

생존법칙만 있을 뿐,

 

 

 

 

 


고매한 인격이나

단아한 성품 따위는

저당 잡힌 지 이미 오래전의 일이 되었다

옳고 그럼도,

본성이란 순수함도,

하늘과 땅이 정해져 있듯이

사람도 별반 다를 게 없구나

도덕道德이란 말은 교본에나 있을 법,

 

 

 

 

 


삶의 이치가 뭔지도 모른 채

본연本然을 논하기조차 부끄러운

신 풍속도의 사상누각 같은 문명을 등에 업고

이중적인 잣대가

요지경세상이 딱이다

 

 

 

 


신의가 없으니 믿음도 없고,

필설筆舌조차 깊은 주검에 들었다

부끄럽지 않고

후세에 물려 줄 정의롭고

따스한 가치관이 흘러넘치는

물씬한 그런 산실을 남은 여생

함께 할 수만 있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