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속도
- 淸草 배창호 -
세찬 비,
바람 몰아쳐
광풍狂風의 회오리처럼
노도와 같은 해일海溢이 일어
빛살처럼 옮아가는 반세기 동안
세상이 익어가며 성숙하였는데
눈에 보이는 건
풍요 속에 빈곤인가,
보릿고개,
엊그제였었는데 많이도 변해버린 이 산하山河,
앞만 보며 달려온 분별의 상실이
일상이 되어 바닥에 마구 버려져 뒹구는
세상의 한 단면들을 줍는다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 하지만
믿음을 잃어버린 불감증에 편승해
눈발처럼 흩날리는 회한과
불꽃처럼 일렁이는 번민이
버젓이 줄서고 있으니
상풍한설霜楓寒雪 같은 각박한 세상인심이
고드름처럼 날을 세우고
이기적인 사고에 잘 길들여진 아집이
흐린 물로 곳곳에 고여 있으니
말해 무엇하리,
양육강식의 본능으로 회귀回歸 하였는지
생존법칙만 있을 뿐,
고매한 인격이나
단아한 성품 따위는
저당 잡힌 지 이미 오래전의 일이 되었다
옳고 그럼도,
본성이란 순수함도,
하늘과 땅이 정해져 있듯이
사람도 별반 다를 게 없구나
도덕道德이란 말은 교본에나 있을 법,
삶의 이치가 뭔지도 모른 채
본연本然을 논하기조차 부끄러운
신 풍속도의 사상누각 같은 문명을 등에 업고
이중적인 잣대가
요지경세상이 딱이다
신의가 없으니 믿음도 없고,
필설筆舌조차 깊은 주검에 들었다
부끄럽지 않고
후세에 물려 줄 정의롭고
따스한 가치관이 흘러넘치는
물씬한 그런 산실을 남은 여생
함께 할 수만 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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