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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림이 없어라 / 淸草 배창호

덕 산 2013. 11. 25. 15:27

 

 

 

 

 

걸림이 없어라 

             - 淸草 배창호 -



물은

비우는 마음을 닮았기에

돌 개천도 품어 안고

실개천 개여울 구비 돌아서

산하를 감싸안아 한량없는 자적에 들었으나

바람은

딱히 정해진 곳 없으니

오라하지도 가라하지도 않았건만

정 붙일 곳 마땅찮아 길 위에 서성인다


한때는 살가운 입김으로

열정의 꽃을 피웠고

한낮 햇살 같은 욕망을 키워

성숙으로 치닫는 비상이 세월이란 편린에 쌓여

상고대 피운 가지 끝에 걸렸으니


입바른 붓끝은 침잠沈潛에 들었는지

내로라하는 분탕질은

어정쩡한 생색 놀이에 분망하니

덫에 걸린 줄도 모르고 온통 안간힘이라,

처음과 마지막이 쪽빛 끝인데도

자유로운 저 바람은

거물에도 걸리지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