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너에게(가을비 오늘 날) / 정호승​

덕 산 2025. 10. 8. 15:05

 

 

 

 

너에게(가을비 오늘 날)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면 보인다 / 도종환  (0) 2025.10.10
가을이 아름다운 건 / 이해인  (0) 2025.10.09
추석 이후 / 고 은  (0) 2025.10.07
한가위 만월 / 안계종  (0) 2025.10.06
추석 만월 / 송진권  (0)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