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아름다운 건 / 이해인
가을이 아름다운 건
구절초, 마타리,
쑥부쟁이꽃으로 피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름이 그리운 얼굴이
봄 여름 헤매던 연서들이
가난한 가슴에 닿아 열매로 익어갈 때
몇 몇은 하마 낙엽이 되었으리라
온종일 망설이던 수화기를 들면
긴 신호음으로 달려온 그대를 보내듯
끊었던 애잔함 뒹구는 낙엽이여
아, 가슴의 현이란 현 모두 열어
귀뚜리의 선율로 울어도 좋을 가을이
진정 아름다운 건 눈물 가득 고여오는
그대가 있기 때문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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