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장마 / 전숙영

덕 산 2025. 7. 14. 06:24

 

 

 

 

 

장마 / 전숙영

 

그냥, 그냥 좋기만 하더니

여러 날 눌러 앉아

미운털 콕 박혀버렸네

듣기 좋은 풍월도

짖으면 쉰 소리

허구한 날 젖어 있으니

미움이 마를 새가 없지.

가끔은 볕도 쬐어야

고움을 갉아먹는 해충도

바지직 내칠 수 있을 텐데

눅눅하니 자꾸 좀이 쓸었어.

지금 내리는 저 장맛비처럼

그리움도 지나치면 병이 들지.

이 비 그치면

햇살이 더 뜨거워지듯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밝게 웃는 거야.

이듬해 또 이듬해

비는 또 내리고 몸살은 앓겠지만

삶은 더 많이 빛나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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