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전숙영
그냥, 그냥 좋기만 하더니
여러 날 눌러 앉아
미운털 콕 박혀버렸네
듣기 좋은 풍월도
짖으면 쉰 소리
허구한 날 젖어 있으니
미움이 마를 새가 없지.
가끔은 볕도 쬐어야
고움을 갉아먹는 해충도
바지직 내칠 수 있을 텐데
눅눅하니 자꾸 좀이 쓸었어.
지금 내리는 저 장맛비처럼
그리움도 지나치면 병이 들지.
이 비 그치면
햇살이 더 뜨거워지듯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밝게 웃는 거야.
이듬해 또 이듬해
비는 또 내리고 몸살은 앓겠지만
삶은 더 많이 빛나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