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점점 잃다가 호흡곤란, 심부전까지… 국내 15명 밖에 없는 ‘폼페병’, 뭘까?
임민영 기자 입력 2025.02.14 07:15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온몸의 근육에 힘이 없어 어릴 때부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심할 경우 1살이 되기도 전에 심장에 문제가 생겨 사망하기도 한다. 근육의 기능이 사라지는 희귀질환 ‘폼페병(Pompe Disease)’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폼페병은 근력이 감소하고 근육이 위축되며 호흡 부전과 심근병증 등이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폼페병은 1931년 네덜란드 병리학자 조앤 폼페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이 질환은 유아기형과 발병지연형으로 나뉜다. 유아기형은 신생아기부터 증상이 나타나며, 발병지연형은 아동기 또는 성인기에 증상이 시작한다.
폼페병 유아기형은 심각한 증상을 보일 때가 많다. 환자들은 태어날 땐 정상으로 보여도 생후 2~3개월 안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전신 근육이 약하기 때문에 숨이 쉽게 차고 남들보다 피로가 쉽게 쌓인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며 근육 긴장성이 심하게 떨어져 팔과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이로 인해 성장도 부진하다. 혀가 커서 튀어나오는 환자들이 많으며, 간의 크기도 과도하게 커진다. 폼페병 유아기형 환자는 대부분 심장 비대증을 겪으며, 대개 왼쪽 심실에서 증상이 발견된다.
폼페병 발병지연형은 첫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10세 전후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단, 어린 나이에 증상이 시작할수록 증상의 정도가 심하다고 알려졌다. 아동기에 발병할 경우 별다른 문제가 없던 아이가 갑자기 잘 걷지 못하거나 근육에 힘을 못 주는 모습을 보인다. 호흡근육이 약해지면서 호흡도 힘들어지지만, 유아기형보다는 증상의 진행 속도가 느리며 심장 비대증 발병도 드물다. 10세 이후에 발병할 경우에는 증상의 진행 속도가 더 느려서 아주 천천히 근육이 약해진다. 이땐 팔보다 다리 근육이 더 영향을 받으며 움직일 때 호흡곤란이 특히 심한 양상을 보인다.
폼페병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된다. 이 질환은 17번 염색체의 장완(동원체를 중심으로 긴 부위)에 위치한 산성 알파-글루코시다아제(acid alpha-glucosidase(GAA)) 유전자 변이 때문에 발병한다. 산성 알파-글루코시다아제는 라이소좀 당원(lysosomal glycogen)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효소다. 그런데, 유전자 변이로 인해 이 효소가 부족해지면 당원이 여러 세포의 리소좀 내에 과도하게 축적된다. 특히 근육세포에 과하게 축적되면서 세포가 손상되고 근육이 약해지고 여러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효소의 결핍 정도는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GAA 유전자 변이에 따라 정해진다. 결핍이 심할수록 환자의 증상 발현 시점은 이르며, 진행 속도도 빨라진다.
폼페병은 아직 완치법이 없다. 환자들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을 받는 편이다. 신체 곳곳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소아과, 신경과, 정형외과, 심혈관내과 등의 협진이 필요하다. 근육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근력을 키우는 재활 치료도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효소 대체 치료법이 개발돼 많은 환자에게 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효소 대체제로 사용하도록 알글루코시다아제 알파(Alglucosidase alfa)를 승인했다. 마이오자임(Myozyme)이라고도 알려진 이 약품은 인간의 알파-글루코시다아제를 재조합해 만들어진다. 이 치료법은 유아기형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고 근력을 회복시킨다고 알려졌다.
폼페병은 유형과 증상의 진행 속도에 따라 예후가 다르다. 유아기형은 증상이 심하고 경과도 빠르게 악화해 대부분 1년 이내에 심폐 부전이나 폐렴으로 사망한다. 아동기형은 유아기형보다 서서히 진행되지만, 성인이 되기 전에 대부분 호흡 부전으로 사망한다. 성인기형은 심장이 가장 영향받지 않는 유형으로, 증상 진행도 느려 예후가 가장 좋은 편이다.
폼페병은 전 세계에서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미국 희귀질환기구(NORD)에 따르면 폼페병은 미국이나 네덜란드의 경우 4만 명당 1명, 중국·타이완은 5만 명중 1명, 호주는 14만5000명중 1명꼴로 발병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인구 5만 명당 1명 정도로 보고되며, 남녀 동일한 비율로 발생한다. 국내 발병률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0년부터 현재까지 15명 정도가 폼페병을 진단받았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2/13/20250213026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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