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 이대흠
고희의 언덕을 오르며 아버지는 거시기라는 말을 자꾸 내뱉는다
아버지에게는 아내도 아들도 거시기가 되고 염소도 경운기도 거시기가 된다
거기에 익숙해진 우리는 아야거식아 소리에 예예 대답을 한다
어떤 사람은 나의 이름이 거시기가 된 것이 우스워 웃기도 하고
형제들 여럿 있을 때 이구동성 대답하면 도대체 누가 거시기냐고 묻기도 한다
이 거시기는 지독한 것이어서 소 밥 주고 오라는 얘기가
아버지 입을 거치면 거식아거시기거시기좀주고오그라이가 된다
아버지에게는 개똥과 하눌님이 거시기이고 모든 행위까지 거시기이다
거시기가 이 세상의 처음이고 끝인 아버지는
아무리 어려운 일도 거시기하면 되재 그런다
마을의 골목길 포장 문제에서부터 남북문제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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