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 / 권오범
밤새 옆집 수도계량기 조몰락대다 결딴 내
물난리 나자
미친 물 바스러지게 끌어안고
온 동네 시끄럽게 마당에서 뒹굴더니
출근하는 날 보자마자
어떻게 해보려고 집적거려보지만
강도같이 복면한 내 매무새
도대체 빈틈이 있어야지
애먼 눈이나 찔러대며
지하철역까지 밥맛없게 따라오더니
무임승차 마음에 걸렸는지
슬그머니 에스컬레이터 타고 도로 나가버린 엉큼한 것
생면부지 아가씨와
어깨 맞댄 채 온기 나누느라
아까 당한 섬뜩한 일들은
까맣게 잊었건만
내가 나갈 종로 3가 구멍
어떻게 귀신같이 알았는지
계단으로 복병같이 달려들어
할 얘기가 있으니 복면 좀 벗으라며 또 사정사정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위 / 이길옥 (0) | 2025.02.24 |
---|---|
혹독한 추위 / 정찬열 (0) | 2025.02.23 |
이 추운 날에 / 정란희 (0) | 2025.02.19 |
거시기 / 이대흠 (0) | 2025.02.18 |
사랑이란 / 서문원 바오로 (0) | 2025.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