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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운 날에 / 정란희

덕 산 2025. 2. 19. 06:45

 

 

 

 

 

이 추운 날에 / 정란희

​정처 없이 걷고만 있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걷고 있다
전화벨 소리에 가슴속 담이 무너져 내린다
가지 않으련다. 이 끊을 수 없는 윤회의 길을
또다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도록
벽돌을 주워서 담을 쌓아 올린다

​살가죽 에이는 이 추운 날에도
그대 목소리에 봄날이 찾아왔다
수십 년간 기다려왔던 그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미 너무도 늦어있었다
흩어진 담을 또다시 쌓아 올렸다

난 이미 연꽃 세상에 발을 들여다 놓았으니
억겁의 사랑을 끊으리라

​억 급을 기다린 그대
누수가 큰 바위에 구멍이 내고
바늘방석 위를 걷는 고통을 견디며
이생까지 천년을 기다렸다오

​당신을 보는 순간 가슴이 아팠소
첫눈에 알아봤으니까
저 멀리서 다가가지도 못한 채
오늘도 먼발치에서 눈물만 흘리네

​그대의 모습만 봐도 행복했지만
이생도 다가갈 수 없는 그대
아직도 천년의 아픔을 이겨내고
그대를 잊고 윤회를 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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