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送年) / 박인걸
출발은 언제나 비장했으나
종말은 항상 허탈이다.
동녘의 첫 햇살 앞에 고개 숙여
경건하게 다짐한 결심이
무참히 무너진 연종(年終 )
거창했던 구호와
문신처럼 새겨 넣은 각오
작심삼일이 되어
모래성처럼 무너진 한 해
지나온 한 해를 생각하면
자괴감에 슬프고
이루지 못한 소망들은
환경 때문이 아니라
게을렀던 내 탓이다.
이맘때만 되면
내 모습은 점점 쪼그라들고
길바닥에 뒹구는
막돌멩이만큼 초라하다.
하지만 눈을 들어
새 캘린더를 바라본다.
잎만 무성한 나무아래
도끼가 날을 서고 있지만
다시 삼백 예순 닷새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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