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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送年) / 박인걸

덕 산 2024. 12. 28. 06:16

 

 

 

 

 

송년(送年) / 박인걸 

 

출발은 언제나 비장했으나

종말은 항상 허탈이다.

동녘의 첫 햇살 앞에 고개 숙여

경건하게 다짐한 결심이

무참히 무너진 연종(年終 )

 

거창했던 구호와

문신처럼 새겨 넣은 각오

작심삼일이 되어

모래성처럼 무너진 한 해

 

지나온 한 해를 생각하면

자괴감에 슬프고

이루지 못한 소망들은

환경 때문이 아니라

게을렀던 내 탓이다.

 

이맘때만 되면

내 모습은 점점 쪼그라들고

길바닥에 뒹구는

막돌멩이만큼 초라하다.

 

하지만 눈을 들어

새 캘린더를 바라본다.

잎만 무성한 나무아래

도끼가 날을 서고 있지만

다시 삼백 예순 닷새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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