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 이문재
소나무숲이 도리질을 한다 며칠 만인가 동남쪽 하늘이 열린다.
아주 먼 데 갔다가 돌아오는 듯 영(嶺) 너머에서 해 넘어온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솔숲 아래로 후두둑 젖은 눈 떨어진다.
발 묶였던 전신주 다시 대열을 갖추고 미시령은 바리케이트를 치운다.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솔숲은 몇 번씩 몸서리를 친다.
수삼 년 베트남 처녀랑 알캉달캉 살다가 다시 홀로된 박씨
우당탕탕 트랙터 몰고 나간다 허리까지 찬 눈 치우러 나간다.
눈 치워놔야 차 들어온다고 부릉부릉 덜컹덜컹 눈 치우러 나간다.
매 한 마리 하늘 아래 첫 동네 하늘 꼭대기에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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