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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 이정하

덕 산 2024. 11. 27. 15:08

 

 

 

 

 

첫눈 / 이정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 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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