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길 / 윤동주(尹東柱)

덕 산 2024. 11. 24. 08:21

 

 

 

 

 

길 / 윤동주(尹東柱)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어버렸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 / 이정하  (0) 2024.11.27
인생 사전 / 이기철  (0) 2024.11.25
낙엽 / 김승택  (0) 2024.11.23
11월 / 정군수  (0) 2024.11.22
떠남 -낙엽을 밟으며 / 조병화  (1) 202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