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과 괴로움으로 힘겨울 때...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
...
지난 과거에 몸으로 지은 행동 하나 하나
입으로 내뱉은 말 한 마디 한 마디
그리고 뜻으로 지은 생각 하나 하나가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이 되어
하나도 남김없이 저장되어 있다가
현실이라는 경계 속에서 하나씩 풀려 나오는 것입니다.
즐겁고 괴로운 이 모든 경계는 지은 이가 나이기에
그것을 풀어 나갈 사람도 오직 ''나'' 하나뿐입니다.
근심과 곤란에 부딪혔을 때
"왜 이런 어려운 일이 하필 나에게 일어날까"
하며 답답해하는 이도 있지만
"나를 이끌어 줄 새로운 수행의 재료가 왔구나"하고
당당하게 맞서는 사람이 있습니다.
...
근심과 곤란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수없이 많은 선업과 악업을 지었기에
끊임없는 즐거움과 괴로움의 과보가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입니다.
오직 즐거움만을 추구하며 산다는 것은
내가 지은 악업은 지워버리고
선업만을 짊어지고 살아가려는 욕심에 불과합니다.
...
근심과 곤란 없이 모든 일이 순조로워
부와 명예와 권력 등을 쉽게 쉽게 얻게 되면,
나 잘났다는 아상이 커지며 또한 상대방을 낮춰 보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커지고,
동시에 사치한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
‘나 못난’ 줄 알고 살아야 합니다.
내가 잘났다는 아상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
아상이 없어, ‘나’라는 울타리를 깨고 사니
너도 나도 그 어떤 사람이라도 나와 하나 될 수 있는 연유입니다.
‘나’라는 울타리는 나와 상대를 구분 짓는 선이기에
나를 깨고 살아야 모두가 어우러져 하나 될 수 있는 노릇입니다.
...
교만심과 사치하는 마음을 버리고 하심(下心)하게 되면,
저절로 근심과 곤란의 경계들이 줄어들게 됩니다.
무릇 경계는 순역이 따로 없어
마음 짓는대로 같은 경계가 순도 되고 역도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심하여 일체 모든 경계를 다 받아들이고자 마음 낸 수행자에게
어찌 근심 곤란이라는 분별이 따라붙을 수 있겠습니까.
마음만 내려놓으면 일체 모든 경계가 그대로 부처님의 경계가 됩니다.
근심과 곤란이라는 경계 또한 그대로 부처님의 경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근심과 곤란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밝게 이끌어 주는 참된 부처님이십니다.
진흙 속에 피어나는 연꽃처럼
근심과 곤란 속에서 밝게 피어나는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
내게 다가오는 근심과 곤란은 그 성품 자체가 공(空)하여
다만 인연 따라 잠시 일어나는 물거품과도 같은 것입니다.
경계 자체가 꿈같아 허망할진데
어찌 꿈에 놀아난다면 수행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근심과 곤란을 마음속에서 거부하지 말고
당당히 받아들이며 걸림 없이 그 경계에 놀아나지 않음이
수행자의 묵연한 자세인 것입니다.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는 법문은
근심과 곤란을 내 밖으로 밀쳐내려 하지 말고,
벗어나려 발버둥치지 말고,
내 안에서 다 받아들여 다 녹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일체를 자성부처님 자리, 본래 나온 자리에
턱 놓아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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