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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다발 장대비 / 조말선

덕 산 2024. 7. 14. 08:47

 

 

 

 

 

한 다발 장대비 / 조말선 

 

한 다발의 장대비가 배달되었다

밑동이 바싹 잘린 장대비 머리에 구름을 매단 장대비 구름은 활짝 피어 있었다

포장을 하지 않은 장대비는 노란 리본에 질끈 묶여 있었다

나는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용의주도하게 꼬리를 잘라버렸다

뿌리째 보낸 비에 내가 다 젖을까봐?

그는 한번도 비를 맞아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군다

비는 바깥에 두는 것이 좋아, 그는 활짝 핀 구름만 보고 버리라 한다

비는 오래 맞을 것이 못 된다고 한다

나는 한 다발의 장대비를 궁리했다

꽃병에 꽂아도 보았다가 거꾸로 매달기도 했다

구름은 점점 허물어졌다

구름은 점점 병색을 띠었다

한번 잘린 구름은 뜬구름이 되었다

한번 잘린 장대비는 쏟아지고 없었다

나는 노란 리본에 질끈 묶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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