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 高松 황영칠
고갯길 무거운 시주 등짐 진 스님
가쁜 숨이 턱에 걸렸다
빛나는 스님 머리에 맺힌
땀방울이 콩알만 하다
절골로 갈 길은 십리 나 남았는데
무지개 뜬 땀방울이 사리처럼 곱다
양계장 영계들의 꼬꼬댁 소리가 눈물겹다
벌거벗은 닭들이 끓는 물에 빠졌구나
복덕방 영감님 뜨거운 탕 먹고 시원하단다
세상엔 믿을 자(者) 하나 없구나
동네 누렁이의 멍멍 소리가 잠잠하다
가마솥에 누린내가 토담 넘어 소문 낸다
처마 끝에 그네 타던 해묵은 시래기도
가마솥에 빠졌구나
오늘이 중복 이랬지
잔잔히 들려오는 처마 끝 풍경 소리
귀청 찢는 말매미의 애타는 절규
안동포 차려 입고 길삼하는 새색시
사랑방 영감 마님 곰방대에 화재 경보
수박 밭 원두막 영감님 코 고는 소리에
아랫마을 윗마을 꾸러기들 다 모였네
머리카락 보일라 낮은 포복 살금살금
아뿔사 방귀 소리
누구냐
영감님 외마디에
깜짝 놀란 꾸러기들
그만 쌌네 그려
키 쓰고 오줌 싼 바지 입고
온 동네 집집 마다 소금 꾸러 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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