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름을 읽는다 / 박명숙
여름 문이 열리면
태양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파란 바람 살랑이며 출렁이는 파도가
귓가에 속삭이듯 나를 부른다
하늘 밑
청보리밭이 누렇게 익어가고
청포도가 알알이 익어가면
여름 향기가 달콤하게 차오르고
담쟁이가 여름을 만나
푸르게 푸르게 펼쳐 놓은 벽화를 보라
말없이 하늘을 향해 촉수를 세우고
안간힘을 키우며 담을 넘는다
한차례 시원한 소나기를 만나
무더운 여름을 식혀주기도 하고
자연이 견디는 것처럼
여름은 무르익는 삶의 향기를 채운다
여름이면
열대야, 불야성에 잠 못 이루는 밤도
추억거리가 될 여름 이야기로
빛바랜 추억이 되어 아름답게 마주하겠지
이겨내야 한다
그 혹독한 여름의 심장에
지르는 아우성을 들어야 한다
뜨거운 태양을 즐기는
감자가 영글고 옥수수가 익어가고
배롱나무꽃, 무궁화, 자귀 꽃이
활짝 웃고 있는 나무의 일기를 읽으며
여름날의 푸른 철학을 배운다
혹독한 여름을 이겨내고
풍요로운 삶을 허락하는 계절이 오면
순종하는 자연처럼
긍정의 바람을 일으키고
지혜로운 삶의 여름을 읽는다
여름은
작은 미생물까지도 소리 내 읽어
또 다른 전진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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