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이원문
쓸려 내려가고
무너져 내리고
휩쓸려 온 모래 흙에
논둑만 바뀌었을까
잘려나간 밭 자락
비 더 내릴까 걱정 된다
물 넘치는 앞 냇가
이런 물구경을 어서할까
뻘건 흙탕물 위
나무떼기 호박넝쿨
집안의 살림살이까지
소문에 사람도 떠 내려 갔다 한다
얼마를 더 퍼 부을까
잦아들지 않는 비
천둥 번개까지
하늘이 무섭다
그 가뭄에 비 내리기를
얼마를 기다렸나
바람까지 불어와
처마 끝 뒤집히고
지붕 한 곳 벗겨져
물 받이 놓아야 하는 마루
우물도 물 뒤집혀
이웃 우물 물 얻어야 한다
물 구경 이제 그만
이 비 그쳐 날 거둬들면
그 많은 일 어떻게 해야 하나
삼복에 무더위 땀으로 적실 몸
말복 지나면 씨앗 영글 것이고
계획에 어긋난 가을 추수의 서운함일까
논 둑에 앉아 둘러보니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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