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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 이원문

덕 산 2024. 7. 6. 08:21

 

 

 

 

 

장마 / 이원문 

 

쓸려 내려가고

무너져 내리고

휩쓸려 온 모래 흙에

논둑만 바뀌었을까

잘려나간 밭 자락

비 더 내릴까 걱정 된다

 

물 넘치는 앞 냇가

이런 물구경을 어서할까

뻘건 흙탕물 위

나무떼기 호박넝쿨

집안의 살림살이까지

소문에 사람도 떠 내려 갔다 한다

 

얼마를 더 퍼 부을까

잦아들지 않는 비

천둥 번개까지

하늘이 무섭다

그 가뭄에 비 내리기를

얼마를 기다렸나

 

바람까지 불어와

처마 끝 뒤집히고

지붕 한 곳 벗겨져

물 받이 놓아야 하는 마루

우물도 물 뒤집혀

이웃 우물 물 얻어야 한다

 

물 구경 이제 그만

이 비 그쳐 날 거둬들면

그 많은 일 어떻게 해야 하나

삼복에 무더위 땀으로 적실 몸

말복 지나면 씨앗 영글 것이고

계획에 어긋난 가을 추수의 서운함일까

논 둑에 앉아 둘러보니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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