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날의 염원을 피웁니다 / 淸草배창호
신열을 앓고 있는 그렁한 눈망울로
밀물져 꽃을 지고 온
시절을 넘나든 바람이
들불처럼 번지듯이 지천을 흔들어
두런두런 붉게 타는 해거름 노을 소리
염천에도 필연의 까닭으로 다가온
한철의 네, 애끓음조차 곱디고와서
울먹울먹 뛰고 있는 고동 소리
눈길 닿는 곳마다 초승달 같은 미소는
바라만 봐도 괜시리 눈시울 붉히게 합니다
짙어진 초록이 무색하리만큼
천지도 분간 못 할 그리움 마구 쏟아내는
오롯한 귀티조차 차마 어쩌지 못해
초하에서 찬 이슬 내릴 때까지
피고 지기를 백날의 해후를 낳고 있습니다
네, 담담히 연리지를 꿈꾸기까지
애절한 번민에서 단호한 결별이라 여겼건만
밤 쏘낙 빗소리가 아리고
헛 몸의 까닭 모를 그림자가 되었을지라도
생에 네, 빈자리를 꽃으로 채울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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