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여운 자식 매 한 대 더
오병규 2023-08-08 08:57:48
중학교 1 학년 때다 . 소위 동전 따먹기 하는 ‘짤짤이 (또는 홀짝 )’를 배워 그 기에 빠졌다 . 그런데 그것으로 만족 (?)했으면 될 걸 짓고땡과 섯다로 발전해 그렇고 그런 놈들과 어울려 밤을 세워가며 몰두한 적이 있었다 . 그것도 간덩이 크게 종로경찰서 길 건너에 있었던 친척 형님네 대서소 다락방에서 . 아무래도 행적을 수상히 여겼던 아버지께 어느 날 발각이 나고 몇 놈은 도망을 갔는데 , 나 (도망 칠 수도 있었지만 가봐야 어딜 가겠는가 ...)와 제일 찌질 한 놈이 꼼짝 없이 잡혔다 . 두 놈 멱살을 움켜쥔 아버지는 그대로 길 건너 종로경찰서 직할파출소 (옛날엔 그런 게 있었음 )로 끌고 오셔서 나와 그 찌질한 놈을 집어던지듯 “이놈들 법대로 처리 하시오 !”다행히 미성년이라 몇 시간 벌서며 갖은 쪽을 다 팔다가 꿀밤 몇 대 맞고 훈방 조치 되었으며 그 후로는 과연 그런 유사 범죄는 짓지 않았다 . 나는 지금도 고스톱이니 투전은 절대 않는다 . 심지어 주식도 사 본 적이 없다 . 아버지 사랑의 매질로 대오각성한 것이다 .
그런데 우리 아버지 ....해도 너무 하셨지 .... 젊은 시절 사업을 한답시고 어쩌다 부도를 냈다 . 오갈 데 없어 가회동 본가로 며칠 피신 한 적이 있었다 . 사실 피신이 아니라 집을 저당 잡혀서라도 돈 좀 구해 달라며 떼를 쓰러 갔던 것이고 , 그 떼가 도저히 통하지 않을 것을 알고 저녁이나 먹고 철수하려고 마음먹었는데 , 웬 오토바이 소리가 나며 갑자기 아버지와 경찰이 들이닥친다 . 그리곤 아버지가 나를 가리키며 “이 놈이 그 놈이요 !”그대로 계동 파출소로 잡혀가 다시 종로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갔다 .(벌금형을 받은 게 있는데 500 만 원 )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되어 기소중지라는 이름으로 경찰에 쫓기는 신세였는데 그 사실을 알고 계시는 아버지는 경찰을 직접 모시고 온 것이다 .
그 사실을 나중에 알 것도 없이 , 내가 하도 떼를 쓰니까 다른 가족을 위해 아니 집안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수단을 쓴 걸 나는 알고 있었다 . 그걸 모르면 짐승이지 인간이 아니다 . 그리고 아버지는 사흘을 유치장에 입감 시킨 뒤 그 벌금을 대납해 주셨다 . 자식 사랑을 그런 식으로 아버지는 하셨던 것이다 . 내가 정말 인간이 안 될 놈 같았으면 아마도 유치장을 나오자마자 패륜을 저지르는 범법자가 됐을 것이다 . 그러나 아버지도 나도 본심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
우리 속언에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하지만 ,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슴도치 얘기거나 보통 사람의 얘기다 . 또 설령 모든 새끼를 귀여워 한다는 의미지 특정한 새끼 한 마리를 귀여워 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사자는 미물이지만 자식 안될 놈은 버린단다 . 미워서가 아니라 적자생존에 뒤처져 비참하게 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
오늘날의 재벌기업을 보면 , 자식농사 내지 자식을 이기고 길들인 재벌은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하나 같이 말썽을 일으키고 저희끼리 이전투구를 벌이다 도태되고 만다 .
우리의 정치사는 어떤가 ? 이회창은 아들 때문에 다 잡은 고기 건져 올리는 순간 놓치고 말았다 . 또 그 위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 김영삼은 어땠고 김대중 또한 어땠는가 ? 자식을 못 이긴 부모들인 것이다 . 자식을 고슴도치로 키운 탓이다 . 다시 아래로 내려와 노무현과 이명박은 또 어땠는가 ? 자식은 아니지만 ‘마누라를 버리란 말인가 ?’했던 사람이 비리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자 ‘자신은 모르는 일이고 마누라와 자식들이 저질렀다 ’며 변명을 하고 자살했다 . 이명박 때 이르러 자식을 공개석상에 주려 끼고 결국 은퇴 후 살아갈 사저 매입에 좋지 않은 소문만 어지럽지 않았던가 . 이 모든 게 무엇 때문일까 ? 라고 묻는다면 정말 어리석은 질문이 될 것이다 .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 자식 이기는 부모가 왜 없어 . 꼭이 가부장적 집안이 아니더라도 자식 이기는 부모는 자식을 제대로 교육하고 훈육한 가정이다 . 솔직히 자식 하나도 제대로 건사 못하는 집구석 잘되는 집구석이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라 .
이 며칠 온 나라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 인생이 구만리 같은 젊디젊은 어쩌면 아직 대가리에 쇠똥도 안 벗겨지고 솜털이 보송 보송한 어린 것들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학교는 학교대로 제 새끼 감싸기만 하는 어리석은 부모들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극단 선택을 하는 교사도 있다 . 이런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은 부모 같은 지도자를 잘못 만난 탓이다 . 票 퓰리즘이 곧 개돼지의 버르장머리를 망쳐 놓은 것이다 .
이 모두가 단언컨대 어쭙잖은 지도자나 부모의 개돼지와 자식 교육이 잘못된 탓이다 . 내 새끼만 귀여운 고슴도치 집구석들이기 때문이다 . 귀여운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라는 선인들의 충고를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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