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란?
윤문종 2023-07-26 10:10:35
모처럼 화창한 날씨네요 . 맑은 햇살을 보면 없는 빨래도 꺼내어 빨아 널고 싶습니다 .
오랜 장마에서 깨어난 해는 참 할 일이 많습니다 .
구석구석 습한 곳을 말리고 번식한 유해균을 소독하는등 역할이 분주 합니다 .
특히 너른 벌에 쏟아지는 햇살은 하루에도 수천 수만만톤의 곡식을 키우고 익히며 온갖 과실과 농산물을 여물게 합니다 . 그러나 수재민에게는 달갑지만 안한은 것이 폭염속에의 복구작업은 생명까지 위협하는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
어렸을 때 생각해 보면 이계절엔 아무 웅덩이나 뛰어들어 미역 (멱 )을 감고 지금은 이름도 잊었지만 수초중에 먹을 만한 것을 골라 여린 부분을 꺾어 주린 배를 채우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방학중에 등교하는 날엔 예서제서 중이염 (中耳炎 )으로 귀젖이 흐르는 애들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풍기곤 했습니다 .
당시는 동네의원에 가는 일 조차 쉬운 일이 아니니 “우환이 도둑 ”이란 말이 있듯이 병이 곧 재산을 축내야 하는 원인이 이었기에 중이염 따위로는 의원에 갈 엄두를 못내는 부담스런 일이었습니다 . 그러나 요즘 늙은들은 아예 삶의 절반을 병원에서 보냅니다 . 고뿔 (감기 )만 들어도 몸이 찌뿌둥해도 찾는게 병원이고 심지어 아프지 않을까 염려되어 찾는 곳도 의료시설입니다 .
여기서 조금 자제해야 하는 것이 필자가 최근 백내장 치료로 보훈병원에서 나온 비용이 입원실 일박 (一泊 )을 포함하여 1 백 20 만원 인데 본인 부담이 고작 4 만여원이었습니다 . 이를 본 딸이 “거참 월남 갔다 올만 하네 !”하는 것이었습니다 . 순간 쥐어 박고 싶도록 얄미운 것이 철없고 천치스런 소리기 때문입니다 . 딸도 사십대 중반에 애 둘을 키우는 아주머니 인데 이게 무슨 세상물정 모르는 소립니까 ?
세상 공짜가 없기에 그 나머지를 국민 혈세로 채워야 하는 부담을 생각해야 마땅하다는 말씀입니다 . 물론 건강상 미리 병을 막아야 옳고 중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절감에도 도움이 됨을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 그러나 국가경제에 도움을 못주는 우리 늙은이가 전철과 시내교통 (일부 지자체 )이 무임이라고 한없이 타며 병원비 부담 없다고 마구 병원에서 사는 것은 참으로 주책바가지고 국가 경제를 좀먹는 짓임을 같은 늙은이로서 깨닫자는 말씀입니다 .
어려서 날아 갈듯힌 한산세모시 (한산에서 직조 (織造 )한 가는실 모시 )로 눈부시게 흰 여름 옷을 해입고 해묵은 칡넝쿨 껍질을 벗겨 모양을 내 엮어 등받이를 하고는 천년 보호수 아래서 합죽선 (合竹扇 )으로 더위을 식히던 고고한 어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 헌데 지금 그 또래인 나는 그런 분위기의 근처에도 못갑니다 .
참으로 삶이 여유는 스럽지만 천박스럽고 볼 품없이 산다는 생각에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입니다 .
엊그제 미국에 홀로 건너가 살던 필자보다 한 달 늦게 태어난 이종사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 본인이 들으면 섭섭할지 몰라도 발바닥이 아프다는 사람이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중병 앓는 사람 같이 들렸습니다 . 이사람이 자기가 스스로를 교포사회가 알아주는 부자라고 했습니다 . 그렇다면 돈없 어 못고치는 것도 아닌데 발바닥이 아파 보행이 부자유스럽다했고 그가 한국에 왔을 때 교대역 12 번 출구의 길다란 계단을 나오는데 어찌나 시간이 걸리든지 하마터면 약속을 잊은 줄 알고 돌아가려 했습니다 .
헌데 이사람 얘기가 “걍 살다 죽음을 맞을 것 ”이라 했습니다 . “아니 돈을 왜 버나요 ?” 그래서 내가 “당신돈 99%를 써서 발을 고치고 나머지 1%로 세상을 훨훨 걷고 다니시오 ”라고 비난 같은 충고를 했습니다 . 아무튼 이사람이 내가 소개한 한국의 의료기술을 믿고 시월달에 온다 했으니 부디 완치 되길 바랍니다 .
왜 이런 소릴 하는가 하면 힘든 사람도 있지만 평생 아끼고 모아서 괄목할 만한 부를 이룬 노인도 많기에 이같은 수해로 찢긴 조국의 회복에 일조하는 일이 후손에게 모두를 물려주는 일보다 의미가 있잖을가 싶어 하는 소립니다 .
조상이 물러준 논 열마지기를 줄리도 늘리도 않고 그대로 짓다가 그곳 보령땅 속칭 시렁꿀이란 동네에 아파트가 들어서며 물경 삼십억이란 보상을 받은 양씨 성를 가진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습니다 . 물론 서울님네들에겐 푼돈이지만 필자는 만져 보지 못한 큰 돈입니다 . 돈은 받았으나 운전을 못해봤으니 차도 소용없고 75% 굽은 등에 옷도 안어울리니 예전처럼 손자시켜 천원짜리 들려서는 막걸리 한통을 열무김치로 세월을 보내다 삼십억의 1%도 못써보고 재작년에 작고했습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이처럼 세상은 돈도 필요없고 근면하고 성실하게 산 보람도 없는 삶입니다 .
그래서 어떤 인간이 평생 삶을 찾아 헤매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났답니다 .
거기 “삶은 계란 ”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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