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초꽃 / 淸草배창호
초록 비가 그리운 이른 여름이지만
풀물이 머물러 닿는 곳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분단장이라곤 네 몰라라 하는
꼭 엄니의 무명 저고리 같은 곱살한 맵시
영판 갸름한 국화를 닮았구나
이국땅, 토착의 뿌리를 내리기까지
설움의 끝은 어딜까마는
먼발치에서 보면 남실대는 풀섶인데도
하얗게 장관을 이루는 묵정밭,
졸졸 수런거리는 실개천가
유월의 들녘에 울어대는 뜸부기 애환 같아서
벌판을 쓸고 온 바람으로 허기를 채우는
억척이 눈물겹도록 몸에 밴
찰나의 잠언을 쏟아내듯이
나름의 풀꽃을 피우고 있는 망초꽃!
지지리도 홀대당하면서
사치 없는 그리움의 꽃 사태가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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