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리꽃 / 청초 배창호
짙어진 숲, 잎새마다
이목구비 또렷한 윤기가 하늘 닿아서
청록으로 치장한 유월의
물오른 사랑 쳐다만 봐도 배가 부르다
옛적, 고샅의 소박한 싸리 울타리로
사립문 여 닳고
하다못해 마당 비 되어서
축담에 나뒹굴곤 하였는데
부슬부슬 뿌리는 오늘 같은 날에도
소복하게도 도담한 네 보랏빛 자태
비록 섶다리는 오간 데 없지만
두고 온 옛정을 잃지 않았으니
두메산골 초야에 묻혀있는데도
수더분한 산촌山村 아낙의
오붓한 정감이 다소곳하기만 해
초여름 설은 볕이라 해도
온종일 꽃술의 유혹에 혼미한 벌,
바르르 눈시울을 떨게 하는
이슥한 해거름이 되었어도
유희를 끝낼 줄 모르니
차마 외롭다는 말조차 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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