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推敲) / 淸草배창호
춘절春節의 이맘때 봄눈 같은 꽃을 피우고 있는
오직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단아한 격조가 허공에 박제로 박힌 듯
삼백예순날을 기다린 끝에
그윽한 꽃 지천을 이룬 환상적인 동화의
눈부심은 벅찬 환희로 마구 휘날린다
열흘이면 지고 말 꽃이라 해도
세속을 짊어지고,
기억의 저편으로 가야만 하는
이별의 뒤안길이 못내 서럽다 해도
봄의 행간을 채울 때마다 할퀴고 가는 신열조차
가슴으로 채워야 할 아릿한 사랑이라서,
목이 탄 햇살의 눈총이
해 나른한 저잣거리의 폭죽처럼 쏟아지는
비애가 되었을지라도 서둘러 가야 할 집이 없어도
누가 널 도요桃夭속으로 밀어 넣었는지,
조촐한 봄날을 어이 뒤 남겨두고
이내 먼 길 떠나는 백미의 나신이 가히 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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