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닮은 봄날이다 / 淸草배창호
산 너머 남촌에서 오는 바람은
남풍이라는 어휘가 멋스럽듯이
눈부시게 살가운 미풍微風이라서
선잠에서 막 깨어난 보라색 띠 두른
제비 풀꽃이 안부를 묻는 양달의
늘, 손 닿을 그곳에 있었다
매화는 반만 피었을 때 아름답고
노란 별 무리가 수런대는 산수유가 그렇고
속세의 묻은 때라도 털어 내듯이
질세라 순백의 목련이 고고하듯이
인고의 시간을 쉬이 허비할 수 없었는지
시작도 끝도 모를 괜찮은 봄날의 기운으로
샛노란 개나리가 담벼락에서 교감을 누릴 때
산에는 진홍빛 참꽃이 우북하게 넘쳤더라
겨우내 엄동嚴冬의 눈꽃에서
말없이 시리도록 사랑하는 법을 배웠기에
통속이라도 오롯이 파동치는 오늘이 있어
가까이서 보고 싶은 벚꽃이 필 때면
잊힌 줄만 알았던 네, 닮은
한껏 사랑하고 부푼 기대로 꽉 찬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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