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 / 淸草배창호
임이 오는 발자욱 소리만 들어도
콩닥 이는 가슴
이제나저제나 애태우는 줄 모르고
마파람에 얹혀서 느직하기만 합니다
그루터기에 마음 졸이며
안달 난 연민이야 저미도록 미어지건만
봄비 소리에 그렇게도 야멸찬
엄동嚴冬마저 깡그리 잊었습니다
봄비가 오고 소소리바람이 일 때이면
내 안에 아직은 낯설은 춘희春姬가
속울음 삼키게 한 봄눈을
보란 듯이 바람에 띄울 것입니다
임이 오고 간 자리에는
이내 풀물이 번질 터이고
남몰래 다가와 곰 삭힌 환한 체취가
온통 추억속에 잠기듯이 아장거릴 테니까요
봄비가 오고 나면야 햇살의 눈총으로
이내 꽃눈이 찰지게도 빚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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