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해인海印의 설원에서 / 淸草배창호

덕 산 2022. 12. 23. 15:34

 

 

 

 

 

해인海印의 설원에서 / 淸草배창호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짊어진

청빈한 고송古松의 가지마다

뭉게뭉게 은쟁반 빛살의 고분을 피웠으니

바윗고을 홍류紅流 계곡에도

소복소복 하얀 젖무덤이 장관이다

 

세속을 초월한 정절을 보란 듯이

눈보라가 사방을 휘몰아쳐

천 년의 긴 잠에 빠진

해인海印의 설원을 보니

차마 범접할 수 없는 고찰古刹의

예스러운 풍취가 저리도 고울까,

 

어쩌지도 못한 삶이 끝없는 고해라서

일탈하는, 잊히지 않는 소리 바람이 인다

영겁永劫을 두고도 못다 한

​고적한 겨울 동안거冬安居,

빈 가슴에 화두話頭가 눈부시게 사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