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풍애(吹雪) / 淸草배창호
산등성에 연무가 피듯이 눈보라가
대궁으로 남은 구절초꽃 머리에
푸슬푸슬 싸락눈처럼
밤새 하얗게 내려앉아 목화꽃을 피웠다
혼돈으로 늘어놓은 미혹迷惑을 삼키듯이
잿빛 세상을 하얗게 덮었건만
때 묻지 않은 동화 같은 설국雪國이
왜 이다지도 낯설어 보이는 걸까,
모난 돌멩이가 발에 차이는
헤아릴 수 없는 곡절이 까닭 없이 깊어서
왠지 모를 울컥하는 멍울 하나가
목젖에 가시처럼 걸렸다
겨우살이가 혹독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그리움 달랑 들고 길손 된 눈풍애가
하얗게 쌓인 빈 가지에 매달린 감의 빛깔과
기막힌 겨울의 조화, 시리도록 초연한 이 아름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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