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한歲寒을 그리다 / 淸草배창호
아린 바람이 대숲을 마구 휘젓고 있습니다
창호에 산그늘이 번지면
수런수런 스며드는 이 외로움을 어떻게 할까,
한겨울의 모난 서릿발의 성곽처럼
타인의 비애인 양, 머물 때는 몰랐지만
마지막 한 잎마저 떨어진
교목僑木을 보고 있으면
황량한 벌판, 바람 앞에 쓰러진
억새의 참고 지낸 세월이 눈물겨운데도
시린 밤이 제 몫을 다하는 엄동嚴冬의
칼바람 부는 네 생애 속에 뛰어들어
소복한 눈송이에 묻히고 싶은
단꿈의 밀애라 해도 호젓하기만 한데도
강물처럼 흘러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허허벌판에 밤새 훑이고 간 정적만
하얗게 내려앉아 송곳니 같은 한기는
옹이가 된 애착만 쫓고 있는 바람벽,
툇마루에 내리쬘 한 줌 볕이 참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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