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세한歲寒을 그리다 / 淸草배창호

덕 산 2022. 12. 22. 10:08

 

 

 

 

 

세한歲寒을 그리다 / 淸草배창호

 

아린 바람이 대숲을 마구 휘젓고 있습니다

창호에 산그늘이 번지면

수런수런 스며드는 이 외로움을 어떻게 할까,

한겨울의 모난 서릿발의 성곽처럼

 

타인의 비애인 양, 머물 때는 몰랐지만

마지막 한 잎마저 떨어진

교목僑木을 보고 있으면

황량한 벌판, 바람 앞에 쓰러진

억새의 참고 지낸 세월이 눈물겨운데도

 

시린 밤이 제 몫을 다하는 엄동嚴冬의

칼바람 부는 네 생애 속에 뛰어들어

소복한 눈송이에 묻히고 싶은

단꿈의 밀애라 해도 호젓하기만 한데도

강물처럼 흘러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허허벌판에 밤새 훑이고 간 정적만

하얗게 내려앉아 송곳니 같은 한기는

옹이가 된 애착만 쫓고 있는 바람벽,

툇마루에 내리쬘 한 줌 볕이 참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