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삭풍朔風에도 / 淸草배창호

덕 산 2022. 12. 18. 06:48

 

 

 

 

 

삭풍朔風에도 / 淸草배창호

 

엄동嚴冬 응골 바람에 진눈깨비로

성긴 결로의 뒤안 대숲에는

날 선 댓 닢의 사가 사각 으스러지는 소리가

칠흑에 든 사방을 채우고 있다

 

야멸찬 혹한의 삼동三冬을 휘젓는

변방의 아스름한 연민의 정적은

묵은 안부를 묻는 기척으로 여겼는데

비록 곁을 나눌 냉소冷笑조차 없다는 거,

 

빈 가지에 소리 없이 쌓이는 싸리눈에서

먹물을 가득 묻힌 눈썹달이

상고대 핀 새벽을 차마 떨쳐버리지 못한

북풍 창을 여닫는 이 고난의 형국을,

 

젖빛 운해로 덮인

허세의 목쉰 바람이 천연스럽게

겨울 안거冬安居의 칩거가 펼쳐졌어도

지난밤 관조에 든 서릿발만 지르밟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