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암연暗然 / 淸草배창호

덕 산 2022. 6. 20. 12:49

 

 

 

 

 

암연暗然 / 淸草배창호

 

빛조차 스멀스멀한 희붐한 이맘때면

가로등 아래 반복으로 여닫는

종과 횡으로 거미줄 쳐진

도시의 안팎에 고단한 하루를 깨우고 있다

 

파리한 각과 음습한 잿빛으로 공존하는

조류에 편승한 벽 앞에서

끊임없이 거듭나려 하는

바람은 소리조차 남기지 않는다

 

시대상을 읽지 못하고 기울어진 척은

날로 더해가는

허기진 모습들이 곳곳에 알박기하여

쉬이 드러낼 수 없는 망상으로 그려졌어도

지평의 군상群像은 일없다는 듯 통속을 일군다

 

기회의 땅으로 꿈꾸는

거총의 행태를 이루는 누각과 군중,

하루가 다르게 우후죽순의 대열로

변천의 숲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분에 넘치는 도시의 야경이

제동장치 없는 마지노선이 아니길

첨삭할 수 없는 창가에

달그림자 서린 댓잎 소리만 처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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