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연暗然 / 淸草배창호
빛조차 스멀스멀한 희붐한 이맘때면
가로등 아래 반복으로 여닫는
종과 횡으로 거미줄 쳐진
도시의 안팎에 고단한 하루를 깨우고 있다
파리한 각과 음습한 잿빛으로 공존하는
조류에 편승한 벽 앞에서
끊임없이 거듭나려 하는
바람은 소리조차 남기지 않는다
시대상을 읽지 못하고 기울어진 척은
날로 더해가는
허기진 모습들이 곳곳에 알박기하여
쉬이 드러낼 수 없는 망상으로 그려졌어도
지평의 군상群像은 일없다는 듯 통속을 일군다
기회의 땅으로 꿈꾸는
거총의 행태를 이루는 누각과 군중,
하루가 다르게 우후죽순의 대열로
변천의 숲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분에 넘치는 도시의 야경이
제동장치 없는 마지노선이 아니길
첨삭할 수 없는 창가에
달그림자 서린 댓잎 소리만 처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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