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인연법에 따라 복을 닦아라 / 일타스님

덕 산 2022. 5. 18. 12:59

 

 

 

 

 

인연법에 따라 복을 닦아라 

 

인연을 가꾸어야 한다.

지금 우리들에게 주어진 여러가지 환경,

곧 연(緣)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지라도,

우리의 마음가짐과 자세,

곧 굳건한 인(因)으로 열심히 노력하면(業)

또 다시 좋은 결실(果)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좋은 현실 속에서도 교만하지 않고

나쁜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이야 말로 인연법을 따르는 참다운 불자이다.

누구든지 세상을 살다 보면

좋은 바람을 만날 때도 있고 나쁜 바람을 만날 때도 있다.

 

기쁨의 바람에 감싸일 때도 있고

슬픔의 바람이 불어닥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떠한 바람이 휘몰아쳐

올지라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인연에 맡길 뿐, 바람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괴로움과 즐거움, 얻고 잃는 모든 것을

인연으로 받아들이고 흔들림없이 살면 크게 향상한다.

 

흔들림없이 인연에 순응하며 복을 닦아라.

복을 닦는 자에게만 복이 깃든다.

그럼 어디에서 복의 씨를 심을 것인가?

복전(福田)에다 복을 심으면 된다.

우리들 모두는 복전을 가지고 있다.

밭에다 씨앗을 심으면 온갖 작물이 자라듯,

마음의 밭에 선행의 씨를 심으면 복이 풍성해진다.

 

세상의 복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글을 잘하는 사람은 문복(文福)이 있다 하고,

돈이 많은 사람은 재복(財福),

장가를 잘 간 사람은 처복(妻福)이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온갖 종류의 복들이

우리들 주위에 가득히 널려 있다.

자식복, 관복, 오래사는 복,

심지어는 이빨이 좋은 치복(齒福)까지 있다.

이 모두가 우리가 갖고 이는 복전에다

바른 생각의 씨를 심고 바른 말과 바른 행동으로

복업(福業)을 지은 결실들이다.

 

 

 

 

 

 

 

그리고 많고 많은 복밭 중

특별히 부처님께서 가꿀 것을

권장한 팔복전(八福田)이 있다.

 

① 물이 없는 곳에 샘을 파서 사람에게 물을 공급하라.

② 물이 깊은 곳에 다리를 놓아 사람들이

쉽게 건너갈 수 있도록 하라.

③ 험한 길을 잘 닦아 사람들이 오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

④ 부모에게 효도하고 잘 봉양하라.

⑤ 불, 법, 승 삼보를 공경하고 공양하라.

⑥ 병든 이를 잘 돌보고 구휼하라.

⑦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고 도와주라.

⑧ 법회를 열거나 법보시를 행하여 불법을 널리 펴라.

 

이 여덟 가지는 모두 큰 복을 짓는 일들이다.

그리고 이들 중

앞의 셋은 공공사업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개인적으로는 ④에서 ⑧까지를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도 우리가 닦을 수 있는 복은 많다.

마음을 넉넉하게 쓰는 일부터

남을 살리고자 하는 한 생각,

형편따라 능력따라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베푸는 것 모두가 복업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복을 짓는 불자들에게

한 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복 지음을 너무 내세우지 말고

약간은 바보스럽게 복을 지으라는 것이다.

 

옛날 어느 절의 노장스님이

평소 한푼 두푼씩 보시받은 것을 저축하여

돈이 얼마만큼 모이면 논 한 마지기를 사고,

또 모아 논 한 마지기를 사곤 하였다.

 

 

 

 

 

 

 

옛날의 절에서는 스님네가

돈을 만질 수 있는 일이 아주 드물었다.

큰 재(齋)가 들어왔을 때

조금씩 보시를 받거나, 또는 한 끼 굶으면

절에서 쌀 한 홉을 자기 묷으로 주는 것 정도가 모두였다.

이 노장님은 이렇게 몇십 년을 모아서

마침내 논 열마지기를 소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열 마지기를 완전히 채운 해에

노장님은 이 논들을 다 팔아,

그 돈으로 산을 사서 개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을 사서 땅을 파고 돌을 캐어다

둑을 쌓는데 많은 인건비가 들었기 때문에,

열 마지기를 판 돈으로는

겨우 다섯 마지기의 논밖에 만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을 마치는 날,

노장님은 매우 기뻐하면서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올해는 논 닷 마지기를 벌었다.

참 좋은 해이다."

이 말을 들은 대중들은 어이가 없어서

노장님을 빤히 쳐다보고,

한 젊은 수좌는 답답하다는 듯이 핀잔을 주었다.

"노장님도 참 딱하십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다섯 마지기 손해 보신 것이지,

어떻게 다섯 마지기를 벌었다는 것입니까?"

 

그러나 노장님이 미소를 지으며 답하셨다.

"그 논 열 마지기는 저 아랫마을

김서방이 사서 잘 짓고 있어 좋고,

이 윗마을 산모퉁이에는 없었던

다섯 마지기의 논을 새로 얻었어니 이 또한 좋은 일이다.

전체로 보면 논 다섯 마지기를 번 것 아니야?"

이전의 열 마지기는 그 주인이 누가 되었던

농사를 계속 지으면 되는 것이고,

새로 개간한 논은 가난한 농민들에게

농사를 더해 주는 것이므로 족하다는 말씀이셨다.

 

얼른 보면 바보스럽기까지 한 노장님의 계산법.

그러나 이 노장님처럼 복을 지으면

그 복은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나를 위해 복을 닦고 복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 복이 누구에게 가든 상관하지 않고

인연따라 묵묵히 복업을 지어 보라.

그 복은 마침내 오심지복(梧心之福)을 이루어

자유와 행복과 영원함을 남김없이 갖춘

대 해탈의 열매를 거둘 수 있게 한다.

 

나의 마음밭에다

내가 어떤 씨를 심는가 하는 것은 나의 자유다.

 

그러나 불자들이여,

부디 인연법을 잘 깨우쳐 인연에 순응하고,

흔들림없는 자세로 우리의 마음밭에

행복을 갈고 복업을 지어가자.

그렇게 살면 참된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

한량없는 복을 수용할 수 있게 되나니...

 

- 일타 큰스님 법어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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