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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숲에 들면 / 김금용

덕 산 2022. 5. 3. 15:50

 

 

 

 

 

 

오월의 숲에 들면 

                - 김 금 용 -

 

 

어지러워라

자유로워라

신기가 넘쳐 눈과 귀가 시끄러운

오월의 숲엘 들어서면

 

까치발로 뛰어다니는 딱따구리 아기 새들

까르르 뒤로 넘어지는 여린 버드나무 잎새들

얕은 바람결에도 어지러운 듯

어깨로 목덜미로 쓰러지는 산딸나무 꽃잎들

 

수다스러워라

짓궂어라

한데 어울려 사는 법을

막 터득한 오월의 숲엘 들어서면

 

물기 떨어지는 햇살의 발장단에 맞춰

막 씻은 하얀 발뒤꿈치로 자박자박 내려가는 냇물

산사람들이 알아챌까봐

시침떼고 도넛처럼 꽈리를 튼 도롱뇽 알더미들

도롱뇽 알더미를 덮어주려 합세하여 누운

하얀 아카시 찔레 조팝과 이팝꽃 무더기들

홀로 무너져 내리는 무덤들조차

오랑캐꽃과 아기똥풀 꽃더미에 쌓여

푸르게 제 그림자 키워가는 오월의 숲

 

몽롱하여라

여울져라

구름밭을 뒹굴다

둥근 얼굴이 되는

오월의 숲엘 들어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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