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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 / 박라연

덕 산 2022. 4. 28. 13:03

 

 

 

 

 

금낭화 

      - 박 라 연 -

 

꽃이 핀다

낮은 산 위에 아파트에 외로운 숲속에

꽃이 진다 절색의 배꽃이 진다

꽃피고 지는 사이 잠깐이라 해도

초록은 피어나 푸른 천지 이룬다 해도

봄 위에 여름을 누이고

여름 위에 가을을 누인다 해도

나는 단명의 꽃잎으로 살다 가리

내 꽃 숨진 자리 위에

까치 잡새 풀벌레 들 모여서 울면

울음의 울림만큼 나는

희고 붉은 꽃잎으로 다시 피어나리

아침 이슬 우르르 몰려와 간질이면

나는 또 수십 년에 수십 번씩 피울 꽃을

단 한 번의 생 위에서만 피우고 말리

 

- 박라연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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