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낭화
- 박 라 연 -
꽃이 핀다
낮은 산 위에 아파트에 외로운 숲속에
꽃이 진다 절색의 배꽃이 진다
꽃피고 지는 사이 잠깐이라 해도
초록은 피어나 푸른 천지 이룬다 해도
봄 위에 여름을 누이고
여름 위에 가을을 누인다 해도
나는 단명의 꽃잎으로 살다 가리
내 꽃 숨진 자리 위에
까치 잡새 풀벌레 들 모여서 울면
울음의 울림만큼 나는
희고 붉은 꽃잎으로 다시 피어나리
아침 이슬 우르르 몰려와 간질이면
나는 또 수십 년에 수십 번씩 피울 꽃을
단 한 번의 생 위에서만 피우고 말리
- 박라연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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