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어찌 잠깐인들 공부를 멈추랴 / 서산대사

덕 산 2022. 4. 7. 13:31

 

 

 

 

 

어찌 잠깐인들 공부를 멈추랴

 

공부를 하되 영리한 마음 하나가

가장 두려우니 영리한 마음은 독약과 같아서

한 번 중독되면 비록

진짜 약이 나타나더라도 구제하지 못 한다

 

만일 진정한 참 선객이라면

눈은 소경 같고 귀는 귀머거리 같으며

생각이 일어났다면 마치

은산 철벽에 부딪치는 것 같다

이와 같이하면 공부가 비로소 서로 응하게 된다

 

공부를 하되 시끄러움을 피해

고요함을 향하러 하지 말지니

두 눈을 감고 귀신 굴속에 앉아서

살 계교를 꾸미지 말라

 

옛 사람이 말하기를

"지옥의 밑에서 썩은 물에 잠겼다" 하였으니

어찌 구제 할 수 있으리오

다만 경계와 반연 위에서

공부를 지어 나가야 비로소 힘을 얻게 된다

 

한 구절의 화두를 몰록 일으켜서 눈썹 위에 모으고

다닐 때와 앉을 때와 옷 입고 밥 먹을 때와

손님을 맞고 보낼 때에 오직 이 한구 절

화두의 해답을 밝히려 할지니

 

하루아침 세수 하다가 콧구멍을 만지면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안다

공부를 하되 늘지 않는 것을 걱정 하지 말지니

공부가 늘지 않거든 늘기를 바라면 그것이 공부이다

공부가 늘지 않는다 하여 후퇴하는 북을 친다면

비록백겁 천생을 지낸다 하여도 어찌 할 수 없다

 

의심을 일으켜서 놓지 않는 것이

이것이 향상 하는 길이니 "생사" 두 글자를 이마에 붙여두고

마치 호랑이에게 쫓기는 거와같이 달려갈지니

만약 곧장 집으로 달음질쳐오지 않으면

반드시 목숨을 잃을 것이니 어찌 잠깐 인들 걸음을 멈추랴

 

- 서산대사(西山大師)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