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데려오는 방법
- 이 향 숙 -
새는 데려 오는 게 아니야
저절로 오기도 하고 제 맘대로 날아가기도 하지
어쩌자고 오래 묵은 오디나무 있는 힘 다해
어린 새들 불러 모아
이파리 베고 공들여 젖을 물린다
계절을 건너느라 뾰루대는 노랫소리, 그런 다짐을
하지도 않았는데
금이 가는 하공을 애써 견디느라
안으로 휘는 그늘 꽃
나 없으면 울 줄 알았는데, 빙긋
왜 자꾸 웃음이 나는 거지, 방긋
마당 한쪽에 오디나무 심어 봐
용케도 알고 온단다 젖 먹으러
그런데 문득, 새장이 필요하구나
어디에 쓰려고요?
홀연히 허공을 붙들고 있는 그 날개를 어디에 걸어
놓으려구요?
어쩌다 보랏빛 눈시울이 눈꺼풀에
매달린다 해도
슬퍼하고 낯설지 마
새는 데려 오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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