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새를 데려오는 방법 / 이향숙

덕 산 2021. 7. 17. 13:59

 

 

 

 

 

새를 데려오는 방법

                    - 이 향 숙 -

 

 

새는 데려 오는 게 아니야

저절로 오기도 하고 제 맘대로 날아가기도 하지

어쩌자고 오래 묵은 오디나무 있는 힘 다해

어린 새들 불러 모아

이파리 베고 공들여 젖을 물린다

 

계절을 건너느라 뾰루대는 노랫소리, 그런 다짐을

하지도 않았는데

금이 가는 하공을 애써 견디느라

안으로 휘는 그늘 꽃

 

나 없으면 울 줄 알았는데, 빙긋

왜 자꾸 웃음이 나는 거지, 방긋

 

마당 한쪽에 오디나무 심어 봐

용케도 알고 온단다 젖 먹으러

그런데 문득, 새장이 필요하구나

 

어디에 쓰려고요?

홀연히 허공을 붙들고 있는 그 날개를 어디에 걸어

놓으려구요?

 

어쩌다 보랏빛 눈시울이 눈꺼풀에

매달린다 해도

슬퍼하고 낯설지 마

 

새는 데려 오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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