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설날 즈음에...

덕 산 2021. 2. 9. 13:26

 

 

 

 

 

설날 즈음에...

 

엊그제 집사람이 명절에 먹을 식혜를 담았다.

마트에서 엿기름을 구입하고 전기밥솥에 밥을 지은 뒤

엿기름물을 붓고 밤새 보온으로 놔두자

밥알이 삭혀져 둥둥뜨고 별도로 엿기름물을

끓인 들통에 섞자 식혜가 만들어졌다.

 

식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어릴적 어머니께서

보리를 일궈 떡시루에 넣고 며 칠 물을 주어

뿌리가 자라고 싹이 올라오면 건조시킨 후

절구통에서 찧어 가루를 만들어 엿기름을 만들으셨다.

가마솥에 장작불로 온도 조절하여 식혜를 만들었으니

그 노고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공정이었다.

 

어머니는 설 명절에 가족의 먹거리를 년 중 마련하셨는데

봄철에는 참가중 나무순(충청도에서는 쯍나무 순 이라고 부름)과

고사리를 건조시키고 하절기에는 머위 잎을 그리고

가을철에는 고구마 순, 무말랭이, 가지, 호박고지 등을 건조시켜서

설날과 정월 대보름날 사용하는 식재료를 준비하셨다.

 

가족을 위한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뒤 늦게 느끼게 되니

이제야 철이 드는것인지...

어릴적엔 설날이 다가올 때면 마음이 들떠 있을 때가 있었지만

나이들수록 무덤덤하게 지나게 되는데...

 

 

 

 

 

며 칠 전 대전에 사시는 큰형님께서 코로나 때문에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시행하고 있으니 차례 지내러 오지 말고

항상 건강하게 생활하라고 말씀하신다.

부모님께서 생전에 계시지 않으니 명절에도 명절 같지 않은데

차례까지 지낼 수 없으니 부모님께 죄인이 된 것 같다.

 

며칠 남지 않은 설날...

그 동안 코로나 때문에 딸내미와 사위 손주을 만난지 꽤 오래되는데

보고 싶지만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이행하라는 주문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려면 협조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집사람은 코로나 발병 이전의 명절처럼

여러 가지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데

딸내미네 집에 가져 다 주려는지?

에미 마음은 손수 만든 음식을 자식들에게 먹이고 싶은데...

코로나가 평온하던 일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 발병 후 하루하루 평안하게 보낸 일상들이

돌이켜 보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이제야 깨닫게 된다.

년 말 쯤에는 전 국민이 면역이 형성되어 안심하고

일생생활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금년 설을 조용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다.

 

- 2021. 02. 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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