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가난은 감출 수가 없다
고순철(ash***) 2019-10-30 16:24:18
흔히 조선의 선비들은 타인에게 돈을 줘야 할 상황에 놓이면 젓가락 같은 것으로 집어줬다고
할 정도로 돈을 멀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크게 잘못 알려진 내용이라고 합니다.
성리학의 巨頭인 퇴계 이황의 分財記를 보면 돈을 탐해서는 안 되지만 적정한 수준에서 벌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있어야 사람의 도리를 할 수 있다고 자식들에게 이야기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저술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茶山 정약용의 책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돈을 싫다고 하지만 거짓말이다. 돈이 있으면 늙으신 부모님 봉양을 할 수 있고,
돈이 있으면 병든 아내 치료를 해 줄 수 있고, 돈이 있으면 어린 자식들 공부를 가르칠 수 있고,
돈이 있으면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면 술을 사줄 수 있다"
그뿐만 아닙니다. 돈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맹자는 돈이 있어야 를 안다고 했습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초한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 무릇 왕 노릇을 하려는 이는 백성을 하늘로 여기나,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民亂의 시대로 기록되는 조선중후기의 잦은 민란은 全지구적 흉년을 가져온 지구의 소빙하기와 겹쳐집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중국의 역사를 살펴봐도 왕조가 교체되는 등 정치적 격변이 초래되는 시기는
자연재해와 人災(정치의 무능)로 인해 백성들이 극심한 굶주림에 직면했을 때와 겹쳐진다고 합니다.
'사흘 굶어 남의 집 담 넘지 않는 사람이 없다'라는 속담이 그냥 있는 게 아닙니다.
사랑하고 가난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만 55년을 살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돈 많은 사람이 부러웠던 적은 딱 한 번 있습니다.
5년쯤 되었을까요? 아이들을 에버랜드에 개장과 동시에 들여보내고 졸지에 할 일이 없어진 아내와 저는
인근에 있는 호암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삼성家의 콜렉션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호암미술관을 관람하다가 어떤 작품 앞에서 처음으로 富者가 부러웠고 약간은
시기심(이 좋은 작품을 자기들만 볼 것 아닌가)까지 들었습니다.
"살면서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돈"이란 우스개가 아니더라도 한 가정의 가장에게 가장 큰 죄는 돈을 (많이)
못 버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살면서 좌절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돈이 없거나 부족하면 불편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돈 많은 사람이 부러웠던 기억은 없습니다. 그렇게 강변합니다^^
하지만 마음에 너무 드는 그 작품 앞에선 능력이 된다면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所藏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돈 많은 사람이 부러웠고 부끄럽게도 질투도 났습니다.
제 자신에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날이 많이 차가워졌습니다.
보통 어른들께서는 없는 사람들에겐 겨울나기가 더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 잔인한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한 번쯤은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저는 한결 같은 사람이 좋다고 해서 한 결 같이 마음만입니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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