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누렁콧물의 시절

덕 산 2019. 11. 4. 08:47

 

 

 

 

 

 

 

 

누렁콧물의 시절

 

김홍우(khw***) 2019-11-03 13:39:50

 

저의 어릴 적 시절에는 대부분 사내아이들은 누런 콧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거의 항상 그렇게 흐른 콧물자국이

허옇게 인중을 세로로 지르는 줄 모양으로 남아있었고 여자아이들은 좀 덜하기는 하였지만 역시 콧물소녀들이

많았고 그래서 지금의 초등학교인 당시의 국민 학교 입학식에 나온 모든 신입생들은 외쪽 가슴에 손수건 같은 것을

길게 접은 콧물수건들을 옷핀으로 꼽아 하나씩 달고 있었습니다. 허허.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건만

그때는 그러한 모양들이 당시를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이며 현재였습니다.

 

 

벌써 아주 오래 전에 그렇듯 어린 아이들의 콧물들이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그 콧물수건입학식도 없어졌고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나 들으면서 그랬었는가 보다하는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때는 왜 그렇게 콧물을 흘렸을까..’ 궁금해 했는데 얼마 전 한 일간지에 난 기사를 보니 그렇듯 아이들이

누렁 콧물을 흘렸던 이유로, 공기 곧 대기오염이 거의 없었고, 또 아이들이 건강하여 신진대사가 활발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더군요. 그래서 체내로 침투하려는 오염균들을 콧물로 자꾸만 밖으로 밀어내었던 것이랍니다.

그럼 요즘은 대기오염이 줄어들고 아이들이 더 건강해져서 콧물을 흘리지 않는 것일까요..

그게 아니라 이제는 완전히 오염되고 그래서 포기하고 항복하였기에 더 이상 콧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긴 한숨을 쉬게 됩니다.

 

 

대기학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가진 지식이 짧아서 거기에 대하여 할 말도 없고 또 그 방면에 연구하시는 분들의

연구결과인 만큼 그렇구나 하고 인정을 하면서 저 어렸던 그 콧물시대를 추억하여 보게 됩니다. 그때의 그

콧물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가리지 않았기에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 되기도 하였고 여름에는

여름감기라도 겹치게 되면 한 번 엣취하는 것으로 전방 2m 정도는 콧물로 초토화를 시켜버릴 수 있었지요.

그래서 특히 학교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을 때는 더욱 그러한 콧물의 공습을 경계하며 주의를 더 하였던

모양들도 생각납니다. 이제는 모두가 다시 한 번 돌아가 보고 싶은 추억의 장면들이 되어버렸지만...

 

 

 

 

 

 

 

 

저는 상기한 바처럼 과학적으로는 그때의 그러한 콧물현상을 설명하지 못하지만 연구하신 분들의 이 같은

변으로 볼 때에 과연 그때는 지금처럼 대기오염이 심각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고 과연 그러한 환경이

아이들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 됩니다. 그렇듯 당시에 오염되지 아니했던 아이들의

체내에 아닌 듯 스며들기 시작했던 사회 환경의 오염이 그러한 아이들의 콧물 모양을 통하여서 경고 되었고

누렁콧물로 거부되었던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1960년 초중반 무렵에 전차는 물론 8.15경축 꽃전차가 다닐 때만 하여도 어른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큰길로

()구경을 나가기도 했는데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요. 또 그때 저와 제 또래 아이들은 미군트럭이든지

새나라 택시든지 자동차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 그 뒤를 바짝 붙어 서서 따라가며 그 차량 휘발류 연소 냄새를

맡으며 좋아하곤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기가 막혔던 일인데 그때에는 또 그것이 몸에 나쁘다고

말리는 사람도 있지도 않았기에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때 또 더 어처구니없던 일은 당시에 회충으로 인한 회배앓이들이 많았는데 사람들 사이에 몸에 회충을

없애려거든 휘발류를 한 숟가락 꿀꺽 먹으면 된다.’라는 말들도 하였고 저도 이웃 어른으로부터 직접 듣기도 하였지요.

과연 정말로 그렇게 해본 사람이 있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참..

무지했던 모양과 장면들의 용납과 허용이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공기의 질이 좋았고 그래서 몸도 건강하였으며 또 그래서 체내로 침투하려는 나쁜 균 박테리아 같은

것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내며 밖으로 쫓아내는 모양이 곧 콧물이라는 것인데 그것도 탁한 모양으로 더러움을

더한 것이 바로 누렁콧물이라는 데에 적극 동감하고 동의합니다. 그렇습니다. 분명히 그 말이 맞고 그 연구의

결과가 맞을 것입니다. 저는 그 연구에 동참하지는 못했지만 그러한 현상은 생생히 겪어본 누렁콧물 체험인으로서

그때와 지금의 환경 변화를 생각하며 그렇듯 무식의 모양일 수도 있는 체험적 소견을 내어보는 바입니다.

아니어도 그저 웃으시고 문제 삼지는 말아주십시오. 허허.

 

 

오염 없는 맑은 공기가 그렇듯 코를 흘리게 하였다면 지금의 아이들이 전혀 코를 흘리지 않는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과연 오염의 시대가 되어서 콧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는 차라리 누렁 콧물을

휘날리며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이리 저리 피하여 다니는 한이 있더라도그러한 순수와 순전의 시대

모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바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때 그 시절 그 아이들의 그러한 콧물 얼굴을 떠올려 보면서도 쯧쯧 혀를 차거나 더럽다 라는

느낌은 들지 않고 그래.. 순수하고 깨끗하고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높은 빌딩,

좋은 옷, 번쩍이는 자동차 그리고 창백해서 깨끗한 얼굴들 보다는 그 시절 청계천 판잣집과 엉덩이 기운 옷과

여전히 다녔던 조랑말 연탄마차.. 그리고 그 가운데를 하하 호호 웃으며 뛰어 다녔던 아이들의 콧물을 휘날리던

모습들이 그래서 새삼 더욱 그리워집니다.

 

 

- 산골어부 2019113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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