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우(khw***) 2019-10-29 21:35:21
국어사전에서 ‘하하’는 “기뻐서 입을 크게 벌려 웃는 모양. 또는 그 소리.” ‘허허’는 “입을 벌리고 거리낌 없이
크게 웃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라고 풀이 설명되어 있는 것을 보면 둘 다 비슷한 모양과 쓰임새라고 할 것인데
하하는 어감(語感)이 작은 말 앞에 허허는 큰 말 앞에 쓰이는 것이라고 구분을 하고 있네요.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 “하하.”는 아이들부터 젊은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로 “허허”는 어느 정도 나이 드신 분들의
점잖은 웃음소리라는 정답으로 하며 지난 60여 년간을 살아왔는데 그야말로 허허 그래서 사람은 자꾸만 더 책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에 동감하며 그렇게 친절히 알려주는 국어사전의 수고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어감(語感)의 설명을 ‘말소리나 말투의 차이에 따라 말이 주는 느낌.’이라고 하고 있으니 혹 저의 생각에도
어느 정도는 부합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하하’는 그렇듯 아이들의 몫으로 ‘허허’는 어른들의 몫으로
구분하는 자체가 상황적 작은 느낌과 큰 느낌을 떠올리게 하는 때문입니다. 아무튼 아직도 저에게는 ‘하하’는
젊은이들의 활기 참으로 ‘허허’는 나이든 이들의 점잖음으로 정의되어 있는데 모르기는 해도 용서받지 못할
사회적 언어적 국어학적 괘씸죄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로 형식이 없는 산문과 그 비슷한 수필의 모양으로 글을 써서 홈피에 올리기도 하고 몇몇 글쓰기가 허용된
자유게시판 등에 올리기도 하기를 10년 좀 넘게 하였는데 그 문장들 속에서 겸연쩍거나 간지러운 표현 뒤에
‘하하’라고 쓰면서 생겨나는 쑥스러움을 나름 희석해 버리곤 하였는데 언제 부턴가 한 3년 쯤.. 전 부터는
그것을 ‘허허’라고 달리 고쳐 쓰고 있는 저를 발견하면서 과연 또 허허 하게 됩니다.
“그래.. 이것도 내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구나..”
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게 되면서 어쩐지 후유 하며 긴 한숨을 내쉬게 됩니다. 실제에서 뿐만 아니라 글 속에서도
사람은 나이 들어감의 모양을 피할 수 없구나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치면서 그러한 것이지요.. 이제 내 나이 64세..
그렇다면 50대 후반 즈음까지도 ‘나는 아직 젊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웃는 모습도 실제에서나
글 속에서나 ‘하하’의 모습을 벗어나지 않았었는데.. 이제 60대로 들어서서 몇 년 살다보니까..
‘나도 이젠 늙었다.’라는 자가진단을 내리게 된 것일까.. 허허.. 쯧 그래 허허..
그래서 지난날들 속에서 ‘하하’의 모습들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아니 ‘하하’ 이전에 ‘깔깔’의 모습들부터 이지요..
허허 지금도 그렇지요? 어른들이 모여 웃으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깔깔 웃으신다”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에잇, 암, 버릇없는 모양이니까 그러나 아이들의 모양은 역시 깔깔입니다.. 그렇습니다. 저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에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이 골목에 저 골목에 ‘깔깔 웃음꽃’을 피워놓곤 하였지요.. 지금도 그 곳에 가면
그 꽃들이 여전히 거기에 피어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언젠가 옛 내음을 찾아 킁킁거리며 가보았더니 헉!!
그곳에 커다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그 추억의 골목들을 다 뭉개버려 놓은 것을 확인...
‘말똥만 굴러도’ 금방 넘어갈 듯 깔깔 거렸던 그 시절.. (근데 정말 말똥이 굴러가는 모습은 그 상상만으로도 우습지 않아요?)
후줄근하게 땀으로 속옷을 적셨던 무더운 여름날에도.. 옹기종기 둘러 앉아 후후 무럭무럭 김이 나는 뜨거운 군고구마
한 개를 돌아가며 한 입씩 베어 물던 추운 겨울날에도.. 우리들의 깔깔 소리는 그치지를 않았었는데 휴 그때 그
‘깔깔 친구’들은 지금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시 한 번 모여서 그렇듯 깔깔거려 보았으면 좋으련만..
쯧 이제는 혹 모인다고 하더라고 ‘허허 허허’하는 소리들만 내게들 되었겠지만..
깔깔 깔깔 그리고 하하 호호의 날들은 그렇듯 짧게 다 지나가 버리고 이제는 어디에 있든지 ‘허허허’하는 초로의
얼굴들이 되어 있겠지.. 하고 생각하며 먼 하늘을 올려다보니 내 늙은 자리가 새삼스럽습니다. 그래, 그 시절
내 친구들아 지금 어디에 있든지 부디 꼭 여전히 ‘허허허’하면서 지내는 이들이 다 되었기를.. 또 계속 그렇게
지내는 이들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만일 그렇듯 ‘허허허’가 아니라 ‘에고 에고’ 하면서 징징거리는
날들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슬프고 불행일이겠으며 또 초라하고 비참한 모양이겠느냐..
어쩌다가 광화문대로 길 같은 곳에서 이제는 서로 ‘잊어진 얼굴’로 잠깐 마주치는 경우가 혹 있을지 모르겠지만
물론 그때에도 서로 알아보지는 못할망정 그래도 그 얼굴들만큼은 허허 웃는 얼굴로 지나치게 되기를 기도한다..
깔깔깔 웃고 하하하 웃던 시절을 다 지나고 이제는 허허허 웃는 시절을 맞아 지내고 있는 세대 나와 우리친구들..
나도 이제 몇 달 만 있으면 지하철 무료 승차의 대접과 대우를 받게 된다고 하니.. 그쯤에서 우리 한 번 만났으면..
물론 지금도 ‘깔깔 하하 ’ 웃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불편을 주지 아니하는 시간과 한도 내에서.. 그 ‘하하’의 얼굴들이
열심히 일한 것으로 지하철도 공짜로 타는 것이니까..
암 그렇고말고.. 부디 건강들 하고 늘 허허허 하는 즐거운 날들이 이어지기를
- 산골어부 20191029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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